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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평점 :
#난다 #카라카스수업의학생들 #서평단 #서평도서
-그 내일이라는 말, ‘마냐나(내일)’에 얽힌 저주와 꿈을 나는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아직 오지 않은 추상의 시간을 저당 잡아 지금을 지키겠다는 것. 미냐나! (21쪽)
-거기서 나는 존 버거가 그랬던 것처럼 각자가 구는 꿈은 다르지만 서로를 자극하고 위로하는 존재들에 대한 희망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25쪽)
-그들이 베네수엘라식 스페인어를 입 밖에 내는 순간 그들의 사회적 지위, 즉 그들이 처한 존재적 위기감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48쪽)
1.
서평단이 되어 받아본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카라카스에서 몇 년간 살게 된 작가님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알고 나서 처음으로 ‘카라카스’라는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 내게는 그만큼 낯선 도시였다. 그토록 낯선 도시의 이야기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나에게 어떤 배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서평단을 신청했다.
2.
일정 기간 카라카스에 ‘정주’해야 하는 상황에 닥친 작가님의 당혹감이 카라카스의 풍경, 사람, 삶과 배움을 거쳐 호기심과 친밀감으로 변모할 때, 카라카스를 감싸고 있던 미지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그곳의 풍경이 내게도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읽어보지 않은 작가들의 이름에 밑줄을 그으면서, 나는 카라카스 수업의 학생이 되었다. 글의 곳곳에 사진이 첨부되어 있지만 첨부되지 않은 풍경과 장면들까지 보고 싶어 하면서. 배움의 끝이 아니라 배움의 시작이 되는 책.
카라카스에 사는 그들의 삶을 읽고 지금 여기 나의 삶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떻게 고통을 다루고 현재를 다루는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자원들을 소진하는가.
내가 사는 땅과 나를 둘러싼 사람들, 문화, 역사, 정치가 나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3.
표지는 속이 희미하게 비치는 종이로 싸여있다. 카라카스의 풍경이 미지의 베일에 싸여있듯이. 겉표지를 벗겨내면 선명한 카라카스의 장면들이 보인다. 책은 가벼운 편이라 어디든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다. 낯선 지역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적지 않은 양의 사진이 함께 첨부되어 있다.
선명한 카라카스에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