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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평점 :
품절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감정, 감각에 이름 붙이기를 시도한 존 케닉. 십여 년에 걸쳐 계속된 프로젝트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많은 주목을 받은 #슬픔에 이름 붙이기 를 서포터즈 미션 도서로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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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여러 상황과 공간에서 조금씩 읽어나가길 권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산문이 아니라 사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가볍게 한번 훑고 틈틈이 펼쳐보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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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흥미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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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주제
누구도 명명한 적 없지만 누구나 느껴봤음직한 모호한 감정과 감각에 이름을 짓는 행위. 그 발상 자체도 기발하고 재밌었지만 꽤 어려운 작업이라 선뜻 시도하긴 어려웠을 것 같다. 적절한 어원을 찾는 일은 차치하고 내면을 면밀하게 관찰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감정을 포착하고 분석하는 일부터가 그렇다. 바다처럼 휘몰아치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고, 많은 것이 쉬이 삼켜지고 사라지는 세계에서 언어라는 질서를 정립한다는 주제 자체가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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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의 기반이 되어준 단어들. 존 케닉의 신조어 아래에는 신조어를 이루는 어원이 기재되어 있다. 이미 존재했지만 내가 몰랐던 근사한 단어들을 알아갈 수 있었는데, 그 자체로 상징적이고 매력적인 단어가 많았다. 어원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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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지어진 감정들
마땅히 표현할 언어가 없어서 더욱 찰나와 같았던 모호한 감정들을 복기하고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 나도 분명 이런 적이 있었지. 떠올리며 그때의 상황과 느낌을 되새겨봤다. 이름이 붙지 않았다는 건 감정들이 그만큼 찰나와 같고 복잡미묘하다는 증거와도 같으니. 그러한 감정들을 다시금 인식하고 또 상상해보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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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챕터의 부제가 참 좋았다. 상징적인 챕터 제목을 잘 보필(?)해주는 느낌.
존 케닉은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찰나의 감정을 포착하고 관찰하고 고심해서 이름을 붙이는 일. 그 과정을 지나면 이름 모를 찰나의 감정은 더 이상 찰나가 아니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작업은 아닐지. 더 면밀하게 나의 감정과 내면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