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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보급판)
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드너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 파이돈 편집부, 리베카 모릴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
이 책은 간단히 말해서 이름 사전이다. 다만 그 이름의 주인들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여성 예술가들이 중성적이거나 남성적인 필명을 쓰며 자신의 이름을 감추려 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예술계에서는 여성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명단에서 여성의 지분이 훨씬 적은 것은 타고난 능력이나 본성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차별, 성평등에 관한 논쟁이 뜨겁게 이루어진 바 있고, 그러한 흐름을 읽은 탓에 서점의 매대에서 페미니즘 책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사전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으로 여성 예술가들의 이름을 담고 소개하는 책은 (내가 알기로는)처음이라 반가움이 컸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 책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거나 어떤 주장을 내세우는 종류의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지는 감각적이면서도 책의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목을 보면 '여성'을 뜻하는 단어에 마젠타 색 줄이 그어져 있는데, 이는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호명할 때 여성이라는 전제를 지우고 감상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여태껏 우리 사회는 'women'이 아니라 'great'을 지워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올리고 여성을 지운다. 책을 펼치면,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근사한 예술가들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