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가방 - 안규철의 사물에 관한 이야기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놓았다고 한다.
미술가가 웬 문학 잡지란 생각에 책을 집어들었다.

먼저, 여기에 대한 답변.
'내 작업의 결과물이 미술의 경계 안쪽에 있든 바깥쪽에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일들을 통해서 내가 <생각>을 전개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게 작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생각의 수단이며 그 과정이 낳은 부산물, 결과물이다.. 만약 작품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니고 목적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 남자 조각가 안규철은 머리, 손, 발을 거쳐 집, 의자, 가방으로 '이미지와 사물의 세계로 다리놓기'를 하고있다.

각 사물에 대한 사유의 과정에서 비약이라 생각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통찰력이 돋보이는, 치열한 사유의 흔적이 묻어나는 글들이다.

제목 그남자의 가방은 그의 작품이기도 한데, '그 남자의 가방'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부분인데, 이렇게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창작에 이르게 된 사유의 과정등을 자세히 재미있게 밝히고 있는 책은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러한(예술, 미학등) 책들은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어들이 난무하기 마련인데 작가 자신의 성장과정과 삶에 대한 고민등이 어우려져 흥미롭게 읽히게 한다는 점은 이책의 커다란 미덕이라고 생각된다.

부족한 2%를 채워줄 수 있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말로.

인상깊었던 구절 두번째.
" 육중한 쇠망치를 만들고 그 바닥 면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양각으로 새긴 이 작품(망치의 사랑, 또는 사랑의 망치)..
망치로 때리면 얻어맞은 부위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각인될 것이다. 그 살인적인 사랑, 사람 잡는 사랑.... 파괴의 도구에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때, 또는 억압의 도구에 자유라는 이름이 붙여질 때, 이런 일들이 도처에서 일상화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를 키우고 부양해온 온갖 가치들이 어처럼 터무니없이 의미를 징발당하고 속이 텅 빈 기표들만이 떠다니게 될 때 우리가 도달하는 곳은 어디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