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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촌으로 인해 한번 심하게 맘 고생을 했던 지라,
미니 홈피는 가급적 사진 올리는 공간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던 와중.
김영하의 미니홈피 글들이 묶인 <랄랄라 하우스>를 만나면서 미니홈피에 다시 애정이 생기고 있다.
(비단 미니홈피가 아니더라도 이미 "시골의사의 블로그"덕에
온라인에서 글들을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은 새삼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여튼, 김영하 데뷔 10번째 책이라는 것을 KBS <낭독의 발견>에서 보고
마침내 초판을 손에 넣은 나는
요즘 매일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즐거운 "낭독의 발견"이다.
저자는 고리타분한 출판기념회 대신 독자들을 초청해 이책으로 <독서 낭독회>를 가졌는데
(영화 "비포 선셋"에서 에단 호크가 작은 서점에서 하는 독서 낭독회가 바로 그와 비슷하다고 상상하면 될 듯.)
손가락을 두개 세우고 까닥이면서 "큰 따옴표"를 만들어 글을 읽어주는 김영하의 모습과 책 속의 많은 일상은
인간 김영하가 평소 관찰하는 일상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훔쳐보는 기쁨을 얻게 한다.
특히 내 배꼽을 잡게 한 일상 가운데 하나를 소개 하자면.
(김영하는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표어에 특히 관심이 많단다)
운전을 하다보면 우리는 "이 차에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차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차를 보면 괜히 살살 조심조심 운전을 하게 되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 차에는 외국인 타고 있습니다"는 차를 만나게 될 때다.
대체 어쩌라는 것이냐? 영어로 인사라도 건네라는 것인지...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이 부분은 나도 100번 공감이 간다. 종종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한번은 저자가 운전을 하는데,
앞 차에 "이 차에는 아가씨가 타고 있습니다" - OO다방 이라고 쓰여진 차를 봤을 때다.
왠지 그 차를 박았다가는 아가씨들이 아니라,
조폭들이 우르르 나와서 자신의 차를 박살낼 것 같다는....상상. 생각만 해도 웃기다.
이 밖에도 예비군 훈련장을 갔을 때마다 보게 되는 귀여운 표어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타고난 성품을 지키어 화내지 맙시다"
(예비군복만 입으면 돌변하는 남성들, 타고난 본성은 정말 어데로 간 것인가요?)
"후배들은 선배님들을 믿습니다"
(선배님, 이쪽으로 가시겠습니다. 선배님, 휴대폰 끄시겠습니다 등등
선배들을 믿고 싶은 후배 현역들은 이상한 존대법으로 선배들을 얼루고 달랜다)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어떤 부분에 가사가 생각나지 않을 때
우리는 적당히 "랄랄라~랄랄라~"하며 부른다. 그래도 그 흥얼거림은 충분히 즐겁다.
이 책 속에 있는 (김영하가 모두 직접 쓰고 찍고 그린)글, 사진, 그림은 모두
김영하라는 인간의 "랄랄라"다. 그래서 심각할 필요없이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된다.
그의 말처럼 친구집에 놀러가서 아직 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면서 문득 꽂혀 있는 일기장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 바로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다.
랄랄라~하며 흥얼거리는 그의 많은 글, 사진, 그림들을 읽고 보고 난 후
당신의 댓글이 무척 궁금해진다.
나의 댓글은..."김영하씨, 다음에 또 랄랄라 하우스에 초대받을 때는 정말 1촌이 되고 싶네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