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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일기는 세 줄만 쓰면 안 되나요? - 쓰는 습관의 기적을 만드는 초등 일기 쓰기
조영경 지음, 이솔 그림 / 깊은나무 / 2026년 5월
평점 :
어제 큰애가 일기장을 펴놓고 30분째 멍하니 앉아 있더라고요. 쓰기 싫어서 온몸을 비틀어대다가 결국 저를 흘낏 보며 던진 한마디. "엄마, 진짜 세 줄만 쓰면 안 돼?"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꾹 참고 "안 돼, 성의 있게 써야지!"라며 다그쳤던 어젯밤의 제 모습. 아마 초등 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매일 밤 겪는 익숙한 풍경일 것 같아요. 그러다 오늘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부터 제 가슴을 팍 찌르더라고요. <선생님, 일기는 세 줄만 쓰면 안 돼요?>라니... 이건 완전 우리 집 이야기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책 읽는 건 참 좋아하는데, 거기에 비해 글쓰기는 눈에 띄게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매일 일기 쓰는 게 아이 성장에 그렇게 좋다는 건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산만한 녀석들을 책상에 앉혀서 연필 쥐여주기까지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뜨문뜨문,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번에 이 책을 만나고 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아이를 달래서 앉힐 좋은 명분이 생겼거든요.
책 제목을 무기 삼아 아이들을 꼬시기 시작했죠. "야, 여기 책에서도 진짜 딱 세 줄만 써도 된대. 그러니까 딱 세 줄만 채워봐." 하고 슥 밀어줬어요. 그랬더니 정말 어떤 날은 양심도 없이(?) 정직하게 딱 세 줄만 적어놓고 도망가더라고요.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꾹 참았습니다. 근데 신기한 건, 그렇게 몇 번 쓰다 보니까 글쓰기에 발동이 걸렸는지 어떤 날은 혼자서 한 바닥을 꽉 채워 적기도 하네요.
이렇게 엉금엉금 가다 보면, 언젠간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날이 오겠죠? 그때쯤 되면 슬쩍 슬쩍 다양한 주제를 던져주면서 글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려고 나름 혼자 빅픽처를 그리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 책을 대하는 아이들의 반응이었어요. 책 속에 다른 초등학생 친구들의 실제 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까, 애들은 무슨 남의 일기장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라며 낄낄거리고 읽더라고요. 큰애는 "엄마, 나도 일기 쓰기 싫을 때 가끔 거짓말 쓰고 싶었는데, 여기 진짜 그렇게 쓴 애가 있어!" 하면서 엄청 신기해하고 공감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공감대 형성 책이 되고, 저에게는 '일기 칸을 채우는 숙제 검사'가 아니라 '아이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시켜준 고마운 책입니다.
매일 밤 아이와 일기장 앞에서 "더 써라", "못 쓰겠다" 전쟁 치르며 속 끓이는 부모님들이 계신다면, 오늘 밤엔 눈 딱 감고 "딱 세 줄만 써봐" 하고 꼬셔보세요. 아이가 정말 세 줄만 쓰고 연필을 던져도, 억지로 채운 열 줄보다 그 세 줄이 아이 글쓰기 인생의 진짜 시작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직접 읽어보고, 읽혀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