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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무인 문구점 ㅣ 책 읽는 교실 31
이명희 지음, 정은선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6년 3월
평점 :
요즘은 무인 가게가 참 많아졌습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편의점, 무인 문구점까지.
아이들도 바코드를 찍고 키오스크로 계산하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문득 예전 학교 앞 문방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문방구에 가면 늘 주인아주머니가 계셨고
아이들은 인사를 나누며 물건을 고르곤 했습니다.
내가 어떤 과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친구와 자주 오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도 했지요.
제가 어릴 때 문방구에는 문구류뿐 아니라 작은 간식들도 많았습니다.
불량식품도 있었고 학교 준비물도 있었고 겨울이면 어묵꼬치도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먹던 따뜻한 어묵 국물의 기억은 지금도 참 또렷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없는 가게에서
혼자 물건을 고르고 계산하고 나오는 모습이 익숙해진 지금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게 주인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낯선 사람을 대하는 경험,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게 되는 기회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 <빙글빙글 무인문구점>은
바로 이런 무인 문구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무인 가게를 이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이 등장하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키오스크는
고스란히 돈을 내뱉었다.
“아직도 고장이잖아? 안 고쳤나봐!”
한 번 더 해 볼까 하다 마음을 접었다.
오히려 슬슬 짜증이 일었다.
p.35 빙글빙글 무인 문구점
아이들이 무인 가게를 이용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실제로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 속에서는 ‘양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으로 등장합니다.
“사람의 양심은 마음속에
삼각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거짓말이나 나쁜 행동, 나쁜 생각을 할 때면
그 삼각형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마음을 찔러 아프게 한다고 해요.
그런데 나쁜 짓을 수없이 반복할 때마다
삼각형의 모서리는 닳고 닳아
둥근 원이 되어 버린대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더라도
마음이 아프지 않게 된다고 해요.”
p.67 빙글빙글 무인문구점
아이들에게 ‘양심’이라는 말을 설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이렇게 비유로 설명해 주니 아이도 조금은 이해하기 쉬워 보였습니다.
이 책에는 친구들 사이의 갈등도 등장합니다.
남자아이인 우리 아이는 그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생각보다 영리하고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괜히 어리숙한 아들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야기 속에서는 아이들이 결국 엄마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과정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아직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깃거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책도 그런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빙글빙글 무인 문구점을 읽고 나니 문득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추억이 담긴 그 문구점을 보여주고 싶어 찾아가 보았는데, 아쉽게도 그 자리에는 터만 남아 있었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것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렇게 하나씩 사라진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늘 아이들만 바라보며 지내다가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 엄마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직접 읽어보고, 읽혀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