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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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힌 문구점 앞에서, 

오래된 나를 마주보다



어릴 적, 나에게도 문구점이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들르던 학교 앞 문구점.

50원, 100원 하던 불량식품들, 공짜로 주시던 어묵 국물,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손 녹이던 난로, 푸근한 인상의 문구점 할머니까지.


그 작은 가게는 아이들에게 세상 전부처럼 느껴졌고, 나에게도 소중한 하루하루가 그곳에 쌓여 있었다.

친정에 갈 때면 그 학교 앞을 종종 지났지만, 그 골목 안까지 차를 몰고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 문구점이 여전히 그 모습으로 남아있기를 바랐던 걸까. 아니면 이미 사라졌을까 봐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엔 여전히 문이 열린 그 문구점이 남아 있었다.




『신상문구점』, 기억을 부르는 이야기


김선영 작가의 『신상문구점』은 단순히 옛 문구점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는 책이 아니다.

어릴 적의 ‘나’, 그 시절을 함께했던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이야기다.


문구점이라는 작은 공간이, 이 책 안에서는 놀라울 만큼 넓고 깊다.

김선영 작가는 그 안에 담긴 시간, 상실, 애틋함, 치유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어떤 장면에서는 울컥 눈물이 차올랐고, 어떤 문장에서는 잊고 지냈던 오래전 감정들이 스르륵 되살아났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작가님이 속지에 써주신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영원히 자랄 것 같지 않은 

어린 '나'를 불러내어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을 가슴에 품고, 나는 그 골목으로 차를 몰았다.

한때 문구점이 있던 골목.

도로보다 한 뼘 낮던 그 자리는 이제 평평한 시멘트로 덮여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순간, 왜 그동안 그 골목으로 가지 않았는지 스스로 알 것 같았다.

닫힌 문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기억 속 그 시절, 늘 열려 있던 문으로 남아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는 마음


책을 덮고 나니, 지금 9살인 내 아이가 떠올랐다.

이 아이가 조금 더 자란 후에 이 책을 읽는다면, 이 감정들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 함께 읽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직은 망설여진다.

어쩌면 나와 이 아이 사이에도, 우리만의 문구점 하나쯤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이 책이 우리 둘에게도 오래도록 남을 추억의 책이 되어줄지도.




『신상문구점』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감정들,

지나고 나서야 아련해지는 풍경들,

그 속에서 여전히 자라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해준 책이다. 어린 날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시간. 그리고 그 조용한 속삭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이목단 여사가 집을 비울 때마다 나를 단월 할매한테 맡기곤 했는데 나는 문구점의 물건을 팔기도, 라면을 끓여 먹기도, 밤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만큼의 가짓수로 유혹하는 불량식품을 까먹으며 ...... 내가 먹은 건 그날의 일당이기 때문에 당당히 먹어도 된다고.... 수백 가지의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다지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툭하면 하는 말,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p.9 신상문구점



편조가 엄마집으로 돌아가서 지내는 동안 느끼는 감정을 동하에게 쓴 편지는 우리 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그것을 어떻게 솔직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을지 아이의 시선으로 볼 수 있다. 



📌 추천 포인트

  • 어린 시절 문구점의 추억이 있는 분

  • 아이를 키우며 지나간 시간을 자주 돌아보는 분

  • 조용히, 깊이 위로받고 싶은 하루가 필요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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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직접 읽어보고, 읽혀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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