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아이들, 완전 비문학만 파고 있어요. 과학책, 지식책 이런 건 잘 읽는데, 문학은 손에 잘 안 잡더라고요. 사실 문학이 주는 힘도 크잖아요.
아이들의 문해력은 지식책보다 문학책에서 길러진다는 최승필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유난히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비문학책은 아이들이 제대로 읽지 않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더라구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읽고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하고 모른 척 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아이들이 (문학)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또 그 안에서 생각거리를 발견하는 게 진짜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문학책을 좀 읽혀야겠다!” 하고 고른 게 바로 「뭐든 과장하는 마을」이에요.
책장을 펼치자마자 아이들이 푹 빠져들었어요. 배경은 평범한 듯한 마을, 밀타운. 그런데 이 마을이 절대 평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전부 과장된 행동만 하는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이겁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높이!”
아, 이 장면에서 아이들이 완전 폭소했어요. 과장이 너무 심하니까 그냥 보기만 해도 웃긴 거예요. “엄마,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하면서 깔깔깔 웃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웃음보다는 좀 뜨끔했어요. 솔직히 우리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라는 말, 학교에서, 사회에서, 심지어 집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외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공부 조금 더, 성적 조금 더, 돈 조금 더… 이게 당연한 정상인 줄 알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비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책을 다 읽고 아이랑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아이도 잠시 멈칫하더니, “적당히 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 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가장 어려운 게 ‘적당히’예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
마침, 기적의 독서논술(집에서 풀고 있는 문제집)에서 편견에 대한 글을 적었던 적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 나누었더니 좀 더 풍부한 독후활동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