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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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렵게 생각되는 낯선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나 딸일 수도 있다."
<해설 - 앤드루 솔로몬>

 

 

<폭력의 해부>라는 책에서 에이드리언 레인 박사가 인용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아이를 방에 혼자 두고 장난감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한 다음 실험자가 방에서 나간다. 아이가 들여다보는지 안 보는지가 테이프에 녹화되고, 실험자가 돌아와서 보았는지 물었을 때의 반응(거짓말 또는 참말)도 기록됐다.
"봤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의 반응을 대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추측해보라고 했을 때 정답률이 5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다음 밀수범 적발 경험이 많은 세관 직원들에게 보여주었다. 49프로 확률로 맞췄다. 다음에는 경찰관들에게 보여주었다. 41퍼센트를 맞추었다. 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쉬우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 살짜리 아이도 쉽게 전문가를 속인다.
<349p>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가 낳아 기른 아기라도 전혀 모르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다. 안됐지만 누가 사이코패스 거짓말쟁이인지 부모도 나만큼이나 오리무중이다.
<350p, 레인 박사>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게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363p>



잠든 내 아이의 얼굴을 본다.
아직 어려 나와 24시간 붙어있지만, 이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면 점점 내가 모르는 내 아이의 모습이 생길 것이다. 나와 있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고 내가 모르는 시간이 아이의 정신건강을 만들 것이다. 나에게는 말 못 할 비밀도 생길 것이고, 그것이 때로는 내 아이의 영혼을 좀 먹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때 두렵다. 전문가조차도 아이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는데, 내가 과연 아이의 "괜찮아."라는 말의 진위를 적시에 잘 파악할 수 있을까.

사랑을 듬뿍 주고, 경제적 문제도 없고, 온화한 동네에, 폭력이나 학대에 노출된 일이 없던 아이가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키리라 누가 생각이 나 했을까. 그 아이가 때론 까칠하고, 부모가 시킨 일을 하지 않고, 짜증을 좀 부렸다 해서 청소년기의 단순한 반항과 장난이라 생각하지 않고 넘어갈 부모가 얼마나 있으랴.

이 책은 1999년 4월 20일, 미국의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 볼드 중 딜런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고자 16년 동안 고군분투했던 시간에 대한 책이다.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둘째로 태어난 딜런은 부모의 믿음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졸업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총기와 폭탄을 들고 가 친구와 선생님을 살해하고 상처를 주었다. 본인 스스로도 자살을 하며 생을 마감했다. 아들이 남을 헤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던 수 클리볼드는 그날 이후로 '어떻게 내 아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내가 아들이 그렇게까지 모를 수가 있었던 건지.' 피눈물 나도록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 애쓰는 노력에 대한 기록이자, 비슷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경고다.
수 클리볼드는 말한다.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심리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징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직 후부터 그녀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그녀가 아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었는지도 모르는 혼란한 시기에 대한 글이다.
2부 <이해를 향해>는 딜런이 자살을 했다는 면, 우울증이 심했다는 것 을 수 클리볼드가 인식하면서 우울증과 정신건강에 대한 이해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글이다.
이 책은 2부까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는 모두 2부에 담겨있다.

가해자인 딜런과 에릭이 찍은 '지하실 테이프'를 본 후 수 클리볼드는 자신이 알던 착하고 완벽했던 아들 딜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인종차별적인 언사와 분노에 가득 찬 화면 속 딜런은 그 누가 봐도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악마였다. 처음 보는 아이의 화면 속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던 수 클리 볼드는 그동안 경찰에서 보관 중이던 아들의 일기(쪽지)를 전해 받으면서, 아들이 심한 우울증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그동안 놓쳤던 작지만 중요한 단서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총격 사건 직후에는 수 클리볼드는 무너지는 자신의 세계를 감당하기도 바빴으며, 사랑하고 착했던 아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에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가치관과 교육에서는 인종주의나 총기에 대해서는 접근도 할 수 없게 교육했고, 어른들께는 공손하도록 가르쳤다. 가족들끼리 대화도 많이 했으며 사건 일어나기 불과 며칠 전에는 합격한 대학을 둘러보며 기숙사 이야기도 했었다. 그런 미래를 그리던 아들이 갑작스레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키고 자살하다니.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어떤 경우에는 자살 경향을 감지한 친구나 가족들의 염려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
이런 계획들이 자살성 뇌를 지배하는 '망가진'논리의 징후이자 증상일 수 있다. 그 사람이 느끼는 이중의 감정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때로 죽고자 하는 욕망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자해 충동을 가진 사람은 카리브해로 휴가를 떠날 것이라는 현실과, 떠나기 전에 자살할 것이라는 현실 두 가지를 동시에 믿으며 살 수 있다.
<72p>



수 클리볼드는 사건 직후에도 아들이 그 사건을 일으켰음을 믿을 수 없었다. 아들이 약이나, 누군가의 조종(예를 들면 에릭) 혹은 세뇌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뿐 자신의 아들은 원래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하실 테이프_딜런과 에릭이 찍은 비디오'를 본 후 딜런이 학살에 적극적으로 자기 의지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 후 그녀는 총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을 조금씩 돌아보게 된다. 그녀가 괜찮을 거라고, 잘 해결된 거라고, 청소년기에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넘겼던 문제들이 사실은 딜런의 우울증이 악화되고 있다는 상황이자 징후였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총격 사건이 일어나기 한두해 전, 딜런의 가족은 문제가 많은 한 해를 지난다. 딜런의 아빠인 톰이 병에 걸려 잦은 수술이 필요했고 그러면서 수입도 줄었다. 딜런의 형인 바이런은 이제 갓 독립을 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사고를 자잘하게 일으켰다. 그녀 역시 업무가 변경되어 적응하는데 힘들었다. 이런 힘든 시기의 영향이 딜런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딜런도 학교에서 사소한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돈 문제나 부모의 병 같은 일은 십 대의 우울과 자살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라 한다. 두 가지가 합해지면 위험은 확연히 증가한다. <290p>

 


콜럼바인고등학교는 운동부 아이들의 폭력과 괴롭힘이 만연한 학교였다. 보통 학생들은 그러한 괴롭힘에 아무렇지 않게 넘기곤 했다. 자주 있던 일이었으므로. 수 클리볼트는 아들이 종일 지내는 장소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을 뼈아프게 후회한다고.

괴롭힘에 엮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수치 차이가 드러난다.
공황장애 위험 14배,
우울장애 위험 5배,
자살 생각과 시도 10배로 나타났다.<308p>


딜런은 자잘하게 학교에서 사고를 치다, 급기야 에릭과 자동차를 부수고 전자장비를 훔치게 된다. 그 후 딜런과 에릭은 청소년 시설 입소 대신 받을 수 있는 처벌인 다이버전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수는 딜런에게 행동 제약을 하게 되고 딜런의 방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게 된다. 딜런과 에릭은 다이버전 프로그램을 훌륭히 이수하여 조기종료하게 된다. 딜런은 자기 생활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고 다이버전 프로그램을 훌륭히 이수하면서 증명해 보였다. 수 클리볼드는 아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생각했다. 때때로 수가 딜런의 이상행동(멍하니 있거나, 말 수가 없어지거나, 시키는 일을 하지 않거나.)에 대해 걱정스레 물어보아도 딜런은 '괜찮다'라고 말했고, 수는 딜런의 말을 믿었다.

오툴 박사는 아이의 말을 믿으면 위험하다며 부모들에게 행동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설명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괜찮다는 아이의 말에 넘어가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 문제를 보이라고 한다.
아이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부모는 걱정스러운 행동을 보지 못하거나 나름대로 납득하고 넘어가려고 하기 쉽다. <330p>



에릭 해리스는 살해 성향 반사회적 인격장애였던 것으로 보이고, 딜런 클리볼드는 자살 성향 우울증 환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광기가 두 소년에게 상보적인 필요조건이었던 듯하다. 에릭이 이끌지 않았다면 딜런의 우울증이 살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고, 에릭도 딜런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면 그만큼 추진력을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에릭은 딜런의 서서히 타오르는 우울증적 분노를 이용해 자신의 가학성을 부추기고, 딜런은 에릭의 파괴 충동을 이용해 수동성에서 벗어나려 했다.
딜런은 에릭과의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으나, 다시금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수 클리볼드는 에릭이 만든 폭력적인 웹사이트를 미리 알지 못한 것을 뼈져리게 후회한다.

 

"에릭이 사람을 죽이러 학교에 갔고 그러다 자기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반면, 딜런은 죽으러 학교에 갔고 그러다 다른 사람도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280p, FBI 조사반 자문 드웨인 퓨질리어 박사>

 

우울증이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도 몰랐다. 어른은 슬프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반면 십 대는 (특히 남자아이들) 방에 틀어박히고 짜증을 잘 내고 자기비판, 좌절, 분노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더 어린아이들의 우울증은 보통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징징거림, 수면장애, 매달리는 성향 등이 나타난다. <283p>


책에서 말한 대로 내 아이가 속이려 든다면 나는 어떻게 아이의 문제를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두려워진다. 그러나 일말의 희망이 있다.
위에 소개한 내용대로 아무리 반항기인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변화에 대해서, 그리고 아이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대해서 알아두어야 한다. 딜런의 경우는 체포, 3학년 때 정학, 심란한 글 모두를 합해보면 붉은 깃발 신호가 만들어진다. 자살로 가는 붉은 깃발 말이다. 그러나 수는 그 붉은 깃발을 다른 일들로 인해 상대적 중요성을 희석시켰다.
수가 활동하게 되는 자살 유족 모임에서 수는 자살은 교육과 예방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또한 누구라도 이 자리에 올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수처럼 위중함을 과소평가했다. 한 심리학자조차도 공부도 많이 하고 존경받고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전부 아는데도 아들의 자살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살의 조짐이 없이 들이닥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험을 암시하는 행동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책의 결론을 말하자면 수 클리볼드는 아들 딜런이 총기난사를 일으킨 원인에 가정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가정교육에서는 다른 어느 집들만큼이나 훌륭했고 아들 역시 잘 따라주었다고 그래서 본인은 아들의 작은 징후들(그것이 작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로 그렇게 심각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수는 우울증으로 인한 살해-자살의 충동을 느끼는 이의 경우 가정이라는 하나의 요소로만 문제점을 파악해서는 안 되고 복합적인 문제를 생각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만큼이나 사회적 요소(폭력적 게임, 총에 대한 접근성, 학교의 괴롭힘, 친구 관계 등)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집안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해도 기본적으로 정신적 취약성을 지닌 사람의 경우 좋지 않은 사회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아 우울증으로 발전하기가 쉽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런 경우는 우울증이 자살로 가는 단계를 알아차리기가 더욱 힘들어진다고.

수 역시 아들의 사건 이후 공황 장해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아들이 당시 겪었을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이 병(우울증이나 정신문제)이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살면서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치아 관리, 영양 균형, 용돈 관리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지만 어떻게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는 가르치지 않는다.(사실 부모조차도 잘 모른다.) 아이에게 뇌 건강을 건사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못한 점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라고.

물론 딜런의 잘못을 우울증으로 면죄 받으려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수는 강조한다. 다만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뇌 건강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 아들의 우울증을 엄마이면서 알지 못한 자신을 수는 용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들이 죽인 13명과 상처를 입힌 25명 역시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다.
그녀는 아들을 잃은 한 엄마의 피맺힌 16년에 대한 목소리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자신과 같은 후회는 하지 말라고.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진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아무도 다친 무릎을 의지와 용기로 낫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낙인을 피하려고 스스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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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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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고백해야겠다.
솔직히 제대로 이해 못했고, 읽기 어려웠다. 장장 몇 개월에 걸쳐 조금씩 읽다 최근 계획도서로 집중해서 읽었지만, 사피엔스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고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읽는 내내 충격과 공포, 그리고 의문이 끊임없이 떠오르게 했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예언서라기 보다는 격변기인 이 시대에 많은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질문을 던지면 그 답은 언젠가 찾아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다가올 몇십 년 동안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서문 中>



이 책은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인본주의에 대해 철저히 해부한다.
우리가 인간이 다른 동식물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의식과 지능 때문이지만, 현시대에는 의식과 지능이 분리되고 있다. (지능은 높지만 의식은 없는 무인자동차 같은 경우를 말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지능이 낮은 동물을 대했던 방식대로 사피엔스인 인간, 우리가 그런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우리는 지금 어떤 것을 고민하고 생각해야 할까?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우리의 욕망과 의지조차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정신의학과에서 의약품으로 감정과 욕망 조절을 하고 있다. 현재는 윤리적 문제로 특정 문제에 대해서만 사용하지만 훗날 정신을 강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다는 의약품이 나온다면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과학은 인간의 문제점을 고치는데 중점을 두지 않는다. 인간의 문제점이 아니라 인간의 약점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책에 의하면 현대 의학과 생명과학은 인간 강화를 목적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인간 강화는 모든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월등한 초인류와 그 외 쓸모없는 인간 계급으로 분류될 것이다. 일반인들의 자리는 AI와 기계가 대체할 것이기에 보통 인간들은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런 미래에 사회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우리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보다 하등하다 생각하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서 추측해보는 것이다.

 

 

이 책 1부에서는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원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한 것은 인간 개인이 침팬지나 늑대보다 훨씬 영리하거나 손놀림이 민첩해서가 아니다. 호모사피엔스가 여럿이서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상호 주관적 의미망(돈, 국가, 구글 등) 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동물을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면, 초인적 지능을 지닌 사이보그가 살과 피를 지닌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2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모든 의미와 권위가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인본주의 신조를 신봉하게 되었는지 말한다.
3부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를 말한다.
불멸, 행복, 신성의 추구가 어떻게 인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뿌리째 뒤흔드는지 말해준다.

사실 인본주의는 우리의 삶과 생각의 기저에 깔려있다. 그렇기에 인본주의에 대해서 제3의 시각으로 말하는 이 책이 다소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섬뜩하기도 하다.
예로 하나 말해보면, 우리는 우리의 자아가 하나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우리의 자아는 하나이고 생각이 다양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생명공학과 뇌과학을 바탕으로 말한다. 자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 그리고 우리의 자유의지는 단순히 생화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라고.
말하는 자아가 있고 경험하는 자아가 있고 그를 처리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에, 한 쪽 뇌가 다치면 경험과 말하는 자아가 서로 달라져 하는 말과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우리의 자아가 하나가 아니고 말 많고 오류투성이일 뿐이라면 우리가 믿고 있는 '나'에 대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요즘 과학계에서는 생명이 하나의 알고리즘일 뿐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생명도 하나의 알고리즘일 뿐이라면 우리의 감정, 의식, 행동들이 사실은 정해져있는 알고리즘, 혹은 시스템일 뿐 그 어떤 가치판단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즉, 인본주의의 최종 목적, 생명의 소중함을 달성하기 위한 과학계의 불멸 연구는 결국 인본주의의 근간을 파괴할 것이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가치를 신성시 여기고 연구할수록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인본주의 다음으로 데이터교를 다루고 있다. 데이터교는 정보의 자유를 우주 최고선으로 생각한다.
향후 우리는 정보 공유를 인권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게 될지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인터넷을 통하여 점점 많은 정보는 공유되고 생산되고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 정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한 채 거대한 정보시스템 흐름 안에서 하나의 칩처럼 정보를 생산해서 그 안에 끼워 넣고 있다. 구글 같은 시스템은 한 개인이 만들지 않고 한 팀이 만들었다 한다. 결국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온전히 알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이 부분에서는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정보의 공유가 중요할지라도 그 정보의 공유가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이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결국 인간이 그것을 만들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 아닌가.
그러나 이것은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에 해당하는 말이지 개인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데이터교는 인본주의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고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우리가 불멸, 행복, 신 같은 창조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뇌 용량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결국 알고리즘들이 우리 대신 그 일을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정보들을 어떠한 의도에 의해 접하며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 만물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있다. 만물 인터넷 시대에 우리 인간은 한 물 간 데이터 처리 시스템일 뿐이다. 훨씬 나은 모델들이 존재하는데 왜 한물간 데이터 처리 시스템(인간)에 신경 쓰겠는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섬뜩했다.
내가 예상했던 이 책은 인간이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데우스가 되어 생명 창조, 불멸, AI, 사이보그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인간의 거대한 믿음에 대한 변화를 말하고 있다. 그 믿음의 방향을 말하며 그 끝에는 결국 인간의 가치 상실, 인간의 부품 전락에 대해 말한다.
인간은 그 거대한 흐름의 방향도 목적도 모른 체 표류하고 있다. 인간이 추구한 생명의 소중함(불멸)과 행복의 중요성은 극단에 가서는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한 상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늘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는 단지 이럴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말해주지만 디스토피아적인 가능성과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은 진리가 아니라 상호 주관적 의미(인류 전체가 믿는 믿음) 일 뿐이며 생명도 하나의 알고리즘일 뿐이라면 인간이 동식물보다 나은 존재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상호 주관적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에 인권도 존엄성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피엔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책의 말미에 저자는 중요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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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리딩 - 생각을 키우는 힘
하시모토 다케시 지음, 장민주 옮김 / 조선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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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슬로리딩이라는 의미는 한 권의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단어나 시대, 관련된 자료들도 찾아보고 장소도 가보는 등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탐구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슬로리딩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은 일본의 한 특이한 교육법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일본의 명문학교 나다교.
공립학교에 떨어진 아이만 가던 후기 학교 나다교를 일본 최고의 명문고로 이끈 주인공이 바로 저자 하시모토 다케시이다. 나다교에서 특별한 수업을 받은 졸업생들이 사회지도층에 분포하게 되고 그의 특이한 수업이 알려지면서 그의 수업방법을 슬로리딩으로 명칭 하게 된다.
그 특별한 수업방법이란 정규 국어 수업 대신 <은수저>라는 책 1권을 3년 동안 읽게 하는 수업이었다.

그는 한 가지 책을 3년 동안 함께 읽으며 학생들에게 배움의 방법과 기쁨을 가르치고자 했다. 아이들이 배우는 방법을 터득하여 스스로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교사와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 믿었던 하시모토 다케시. 그런 그의 '노는' 공부는 대성공을 이루었다. 후기학교였던 나다교가 일본 제1의 명문고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면서 아이들에게 삶에서 가장 귀중한 도구를 터득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일을 계속한다는 건 고역입니다.
배움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노는' 기분으로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이것이 부모와 교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18p>



아이들은 일단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흥미를 갖게 되면
자발적으로 하고자 하는 의욕을 품게 되는 법이지요.
그런 점에서 '노는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25p>


이 책은  저자의 100년에 걸친 그가 경험한 '배움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슬로리딩의 방법적이고 효과적인 면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슬로리딩을 진행하게 된 그의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 슬로리딩의 방법만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처한 상황과 특성에 맞추어 응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은 총 5파트로 나뉘어 있다.
Part1은 배움의 기본, '배우는'것은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은 배우는 것,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고 권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스스로 놀면서 배우게 된다고.


Part2는 배우는 즐거움의 디딤돌이 되는 국어에 대한 내용이다. '읽기'와 '쓰기'의 균형을 강조한다. <은수저>를 통한 국어 교육은 정답을 찾는 획일화된 입시 교육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었다. 소설을 읽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단어를 찾아보고 내용과 관련된 샛길(책 안의 이야기와 관련된 모든 배움)을 공부하고, 경험하고, 토론하면서 사고력이 넓어지게 된다.


Part3은 배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신출내기 교사로 나다교에 들어가게 된 이야기와 나다교의 특이한 방침(한 선생님이 나다중, 나다고 6년 동안 같은 학생을 담당, 교육 방법에 대한 간섭 일절 없음.)을 통해 슬로리딩이 탄생한 배경을 알 수 있다. 그가 아이들을 50여 년간 가르치며 깨달은 자유와 책임에 대한 기준선을 담고 있는 장이다.

Part4는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과 '깨달음'의 샛길을 말하고 있다. 이 번 장은 어른들을 위한 내용이다. 취미를 통해 인생의 폭을 넓히고, 인생을 더 즐겁게 살라고 전한다.
Part5는 인생이란 배움의 연속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그가 100년 동안 축적해 온 살아가는 힘의 발자취에 대한 내용이다. 그의 인생철학이 이 마지막 장에 담겨있다. 

과연 경제적 측면만으로 인생의 성공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의 성공이라는 겁니다. <152p>




나는 슬로리딩이라는 단어를 <부모공부 - 고영성 저>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엄마방송국(네이버카페)에서 진행하는 스터디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 권을 몇 달, 몇 년에 걸쳐 읽으며 연구한다고?'라는 단순한 생각에 지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금방 싫증 내는 타입이라...)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자 슬로리딩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권의 책을 오랫동안 읽고 연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은 슬로 리딩으로 부르지만 사실은 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평생에 걸쳐 해야 할 공부와 배움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인 것이다. 그러한 안내서를 만나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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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대부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상처에 대하여 우리는 대체로 두가지 방법대로 살아간다.인지하고 마음 아파하거나, 인지하지는 못하나 끊임없이 불행의 사이클대로 움직이거나.
그 상처는 주로 나와 매우 가까운 관계에서 받게 되는데, 대부분은 가족이다.  어린시절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 못해 트라우마가 되고, 그 트라우마는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또한 잘못된 가족관계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 트라우마와 가족관계의 대물림, 그리고 그것에 대한 치유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최광현 교수는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 소장이다. 우리 마음에 생긴 가장 깊은 상처는 대부분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독일 본 대학교에서 가족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본 대학병원 임상상담사와 루르가족치료센터 가족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 나라의 수많은 가족들이 안고 있는 갈등과 아픔을 목도하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트라우마가족치료 연구소장으로 수 많은 아픔을 상담해왔으며 트라우마 가족치료 보급과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 치유에 힘쓰고 있다.
<작가 소개 발췌>

이 책에서는 새롭게 결혼한 부부는 본인 자신만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한다. 1+1으로 각자의 가족관계를 가지고 결혼한 것이기에, 과거 불행한 가족안에서 성장했다면 결혼 생활도 동일한 패턴으로 본인도 모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본인의 부부 생활과 현재 가족 안에서의 문제가 있다면 과거 자신의 성장과정과 이전 가족관계를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불행한 관계를 계속적으로 이어가는 사람 역시, 자신의 성장기와 가족관계를 돌아보면서 문제점을 직시하고  상처 받은 내면아이와 대화를 하라고 한다. 그 대화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이며 글쓰기를 통해 질의와 응답을 하고 위로해주라고 한다.
트라우마로 인해 불행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생각을 한다면, 그걸 인지한 순간 바로 "그만"을 외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그 생각들을 줄어들게 된다고.
가족 관계에서의 문제점의 경우 가족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가족들의 각자 역할 그 이상을 하려 노력하지 말 것을 말한다. 자녀는 자녀이고 부모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를 갖고 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그 사람들로 이루어진 최초의 사회인 가족 역시 불완전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상처 받고, 상처 주며 살고 있다.
해당 책에서는 우리가 불행한 행동패턴을 지속함으로써 과거의 상처와 유사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그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우리 나름의 노력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우리를 안타깝게 여기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주어야만 비로소 우리는 잘못된 과거에서 벗어나고, 그림자처럼 붙어 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기억에 남는 글귀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은 단지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도 배워야 한다.
트라우마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상처에 단련되어 그런 경험이 적은 사람보다 더 잘 극복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 더 아프다. P39
프로이트는 사랑의 본질은 나르시시즘, 즉 자기애라고 말한다.
......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 가족의 모습을 재현해 줄 사람에게 강하게 끌린다. P78
어머니는 아들이 잘못하면 꾸중을 하고 혼을 내지만 관계를 끝내거나 버리지 않는다. 어찌보면 남자들은 이처럼 단순하고 어머니와 아내의 구분조차 제대로 못하는 존재들일 수 있다. P158
가족관계에서 이뤄지는 일정한 행동 패턴들을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족은 언제나 틀 속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가족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패턴을 찾아내 그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방어기제에 이름을 붙이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길도 열린다. P191
인간이 불행을 느끼는 것은 소통이 단절되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고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하물며 가족 안에서조차 소통이 단절되면 이는 마음의 병까지 야기한다. P224
부부관계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받은 것은 반드시 되돌려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P240
가족은 감정의 덩어리다.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 밖에서보다 가족 안에서 더 감정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이유도 없이 아내와 남편에게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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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심플 - 인생이 한결 편안해지는 미니멀 사고
스즈키 에이치 지음, 이아랑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생각 많은 것도 습관이다."라는 표지 멘트 하나에 새벽에 주문하여 읽어본 책.
평소 잡생각이 많고, 사소한 고민(?)으로 인해 쉽게 잠이 못드는 처지라 어떻게 하면 머리를 심플하게 해줄 수 있을런지 도움을 받아볼까 하고 주문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른 책.
해당 책은 살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구조적인 개선을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삶의 자잘한 문제들에 대하여 근본 개선을 위하여 다르게 생각하는 법과, 사람을 바꾸려하지 말고 사람으로 하여금 그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 설명이다.
머리가 복잡하여 삶을 조금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도움받으려는 사람은 이 책에서는 그닥 도움 받기 힘들듯 하다.

해당책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종종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부분 하나 소개하겠다.
파트 3, 해결로 이어지는 원인 분석법 중 30장 자녀를 도교대에 보내는 방법에는 아이를 도교대에 보내고 싶다면 도교대를 졸업한 인재와 결혼할 방법부터 찾는 것이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아이에게 2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외국인과 결혼하고,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운동선수와 결혼하는것이 지름길이란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아이에게 2개 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느니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다느니, 도교대에 보내고 싶다느니의 생각은 아이를 낳고 키울때 갖게 되지 낳기도 전에 결혼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연애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다느니 이런 희망은 버리라고 하는 걸까? 해결로 이어지는 원인 분석법에 이런 내용을 넣는다는 건 맞지 않는 문제다.

종합적인 내 느낌을 말하자면 이 책은 표지만큼이나 책 내용도 매우! 단순하지만 그 깊이 역시 매우! 얕다. 미니멀 사고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단지 삶의 문제 해결법,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그 역시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으며, 새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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