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개정신판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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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중에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라거나 '나답게 사는 길이 무엇일까?' 하고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살면서 꼭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그때는 곧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내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소리이다. 그럼 그때 우리는 어떻게 나의 진정한 삶에 대해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에서 2000년에 발매되어 큰 사랑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에 발매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은 책이다. 이번에는 개정판으로 디자인과 교정교열을 하여 재출간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넘는 삶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소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참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이 책은 분류는 에세이이지만 자기 계발서이기도 하다.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나의 삶에 대해서도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자신의 진실된 자아,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자아를 생각해보게 해주며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라.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

우리는 때로 '소명'이란 굉장히 숭고하고 영웅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학습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위인전과 영웅 스토리를 듣고 배워온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웅들의 인생을 흉내 내는 '고상한'길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고상하고 영웅적인 길일지라도 내 내면에서부터 바라는 삶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실패하게 되고 나아가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도 있다.

소명을 숭고하고 신비로운 것으로 차별화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 삶의 파괴이고 결국에는 우울증으로 드러나게 될 수 있다. 저자도 우울증이라는 깊은 어둠에 사로잡혔었다.

저자는 자신의 우울증 이야기를 드러낸다. 자신의 강점과 밝은 점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치부까지 드러내며 그는 자신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젊은 시절 불성실로 해고된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몇 년에 걸친 우울증을 겪으며 영혼의 바닥까지 바라보게 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는 강점도 약점도 모두 있으며 빛도 어둠도 모두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 이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어둠을 나의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야말로 그 어둠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다고. 원래 사람은 이중적이니 무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그런 '해야 하는 것들'이 내 인생의 추진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상에 나를 맞추지 못하자

나는 스스로를 나약하고 믿지 못할 사람으로 보게 된 것이다.

나는 잠시라도 멈추어

"이러저러한 도덕적인 나의 이상들이 타고난 나의 본성에 맞는가?"라고

질문해본 적이 없었다.

그 결과,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이 내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130쪽

그는 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을 위로하려 접근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을 엿보게 된다. 진정한 위로가 아닌 자기 위안으로 삶으려는 자들의 마음을 알게 되며 더욱 나락으로 빠지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그저 자신의 옆에 가만히 있어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책에서는 마음속 깊은 우울을 '신비'라고 표현했지만 이 신비라는 어감이 별로라 나는 그저 심연으로 표현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 안에 가진 심연을 타인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 이 심연을 이해하는 척, 해결해주려 하는 것은 위선이다.

남을 구하려 할 때 흔히 범하는 무의식적인 폭력을 피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신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지탱하도록 도와야 한다 말한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채워 달라고 강요해선 안된다고.

그리고 깊은 우울이나 좌절이 모두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것도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저 그러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내 안에 우울함이 남아있고 싶어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라 한다. 내 안에 어둠이 있을 자리가 필요하고 그 자리를 마련해주라고. 그래야 그 어둠이 다른 곳을 오염시키지 않을 수 있으니까.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짤막한 하시디즘(유대교 신비주의)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백발이 성성한 랍비 주즈야의 말이다.

"신은 내게 '왜 너는 모세 같은 사람이 되지 못했느냐?'라고 묻는 게 아니라, '왜 너는 주즈야답게 살지 못했느냐?'라고 물을 것이오."

우리는 밖에서 걸어오는 말이 아니라 내 내면에서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나의 내면에서 말하는 나의 참자아를 찾아 그대로 걸어가야 한다. 그런 나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성인이 되면 더욱 어려워진다. 살면서 자신의 본 모습이 너무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우리는 소명이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지금의 자기 모습보다 더 훌륭하고 자신을 초월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상향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 인생을 꾸려 나가기엔 늘 부족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되고 점점 지칠 수밖에 없다.

나의 참자아를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 마냥 즐겁게 하던 일에서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나는 모태 신앙인이라네. 그리고 육십 년이 넘게 살아왔지. 그러나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네. 반면에 내 뒤에서는 수많은 길이 닫히고 있다네. 이 역시 삶이 나를 준비된 길로 이끌어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겠지." <파커의 고민에 대한 루스의 대답>

 

우리는 살면서 나의 길이 닫히는 경험을 하곤 한다. 해고되거나 실패하거나 하면서 우리는 좌절하곤 한다. 그러나 그 길이 닫히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한계를 알려주고 나의 길을 인도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이 닫혔다고만 좌절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그 닫힘으로 인해 얻은 나의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도 나의 본성을 알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 된다.

'길 막혔음'이라는 표지 덕분에 저자는 방향을 돌려 가야 할 길로 들어서게 되었음을, 회복 불능이라고 느꼈던 손실 덕분에 내가 진짜 알아야 할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생을 충만하게 살고 싶다면 반대의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본성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타고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재능을 믿어야 한다.

 

참자아는 신이 당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할 때 우리 안에 심어 놓은 바로 그 자아이다. 이 자아는 우리에게 더도 덜도 원하는 것이 없다. 우리가 타고난 그대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참자아는 참된 친구다.

134쪽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했던 것은 인생에 대한, 삶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었다. 이 책은 그것에 '참자아'를 찾아라. 그리고 본성대로 살아라라고 전한다. 진정한 나를 찾는 자신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도 겪어나갈 길에 도움을 주려 한다.

이 책은 조금 읽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고 추상적 비유가 많아 이해하려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거나 때론 이해가 안 가는 문장도 있었다. 번역서라 그런 것인지 저자가 원래 그런 의도로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면서는 저자에게 반발심도 생겼고, 자신의 젊은 날의 불성실(해고)을 합리화하는 느낌(본성이 그쪽 길이 아니라 불성실한 거라는 변명으로 들렸다.)에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리하고 글을 쓰려 책을 다시 보게 되니 처음의 마음과 다르게 저자의 마음이 와닿았다.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비유를 통해, 그리고 낯선 용어 '신비' '영성' '참자아'를 통해 말을 하긴 했지만 결국은 책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나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오랜 고민과 성찰의 결과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미리 겪어본 사람으로서. 우리가 그처럼 실패와 좌절이라는 어둠을 덜 겪길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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