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성서 1 숨겨진 성서 3
윌리스 반스토운 편찬, 이동진 옮김 / 문학수첩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하나의’, 혹은 ‘다른 나머지’ 로 번역될 수 있는 ‘The other'. <숨겨진 성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이 책의 원제는 <The Other Bible>. 그러니까 ‘또 하나의 성서’ 쯤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현재의 성서에서 제외된, 또는 누락된 부분들을 모아 또 하나의 성서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정식으로 성서에 실리지 못한 이류라거나 비주류 모음집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할 듯싶다. 말 그대로 현재의 성서에서 제외된 경전들을 묶은 ‘또 다른 성서’ 일 뿐이다. 하지만 왠지 경건한 성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읽는 재미가 있다. 1천5백 년 동안 금서로 묶여 있었다니, 어쨌든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데 행복을 느끼며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에 의하면 “성서, 즉 바이블은 개인이나 여러 사람이 생활의 준거로 삼는 책들의 모음”을 말한다. <숨겨진 성서>에 실린 문헌들이 성서에 채택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이 책의 편찬자인 윌리스 반스토운은 서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구약 성서가 확정된 이후, 그리고 기원후 수백 년 동안 하느님의 인도를 받은 저자들이 계속해서 거룩한 문헌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많은 문헌이 놀라우리만큼 아름답고, 종교적인 중요성을 지니며 경전으로 공인된 성서들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 유대교의 이러한 문헌을 유대교 비경전(슈데피그리파)이라고 하고, 그리스도교의 문헌은 그리스도교 비경전(아포크리파)이라고 한다. 그노시스파의 문헌은 그 당시에는 경쟁 상대인 정통 교회측이 이단으로 몰아부쳤다...” 결국은 종파간, 파벌간, 정치적ㆍ종교적 대립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인디아나대학교 비교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스 반스토운(Willis Barnstone) 은 비경전 문헌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설명을 한다. 해박하고 신뢰 있는 그의 서문을 읽는 것도 지적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 책의 내용이 문학작품을 감상한 것처럼 혀끝에서 여운이 남는 것은 교수인 동시에 시인이자 철학자인 편찬자의 이력도 한몫 했을 터다. 각 문헌들 앞에 곁들인 해설도 낯선 문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숨겨진 성서>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구약 성서와 관련된 문헌을 다룬 1권은 뛰어난 상상력, 기존의 성서 내용을 뒤집는 발칙함(?), 재치와 유머로 놀라운 충격을 준다. 단테를 비롯한 많은 시인들이 이 비경전 문헌들에서 문학적 영감을 받았을 정도라고. 인간의 창조와 우주의 구성, 영혼 등에 관한 부분은 단순히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진지하고 철학적 의문을 던진다.    

그노시스파의 세계관을 다룬 ‘세상의 기원에 관하여’는 기존 성서의 창세기를 뒤집은 무척 충격적인 내용들이 나온다. 예로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 신은 다르다. 또한 아담을 창조한 신들과 선악과로 유혹하는 뱀에 대한 시각이 기존의 시각과 정반대로 묘사된다. 여자가 남자의 갈빗대에서 나왔다고 거짓말하자는 신들의 모의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가다’문헌은 창조설화를 특히 문학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신의 하루는 인간의 천년과 같다. 따라서 세계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6일은 인간 세상에서는 6천년과 같은 것이다. 신의 시계로 보면, 1시에 사람의 창조를 계획하고, 4시에 아담을 창조하고, 9시에 동산의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금지를 내리고, 10시에 아담이 그 명령을 거역하고, 12시에 낙원에서 쫓겨난 일들이 모두 하루 동안에 이루어진다.

이 책에 실린 문헌들의 가치를 떠나, 한편의 문학적 텍스트로서 감상해도 훌륭한 작품들이다. 기발한 상상력, 종교적, 철학적 가르침은 일반 문학작품들을 넘어서는 감동도 있다. “역사의 흐름이 달리 진행되어서 하느님의 인도를 받은 이 문헌 가운데 일부가 오늘날의 성서에 포함되었더라면, 우리는 종교 사상의 전통을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편찬자의 말처럼 비경전이라 하여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이 책을 본다면 보다 넓은 시야를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금서에서 벗어나, 보다 풍부한 내용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건 오늘날의 우리의 정신이 그만큼 성숙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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