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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이책을 읽는 동안 아직 정정하신 아흔을 훌쩍 넘긴 친할머니가 떠올랐고, 친정 엄마 아빠도 떠올랐다. 어느 순간부터 우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게 다행인건가? 난 엄마 아빠가 그냥 편히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시는 줄 알았다. 왜냐면, 내가 그런 맘이 거든. 그냥 육아에 지쳐 힘드니 그저 집에서 푹 쉬고 싶다는 생각 뿐? 근데 얼마전이었다. 결혼식 때문에 서울로 올라오신 아빠 엄마가 우리에게 섭섭한 마음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다. 제주도도, 해외여행도 너희들끼리 가지 말고 같이 가자... 고 말이다. 아빠도 평소에 가족 여행 같이 가자 말씀 하셨지만 비행기 타는게 힘드셔서 그냥 가까운데 가길 원하시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던 거다. 일흔이 다되신 아빠도 멀리 여행을 가고 싶으신 거다. 여행에 대한 욕구는 스물, 마흔, 일흔, 아흔이 되어도 다 똑같나보다. 그냥 집에 있는게 세상 편한 나만 특별한 케이스인듯!
이책은 아흔살 노마 할머니가 남편을 떠내보내고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뒤, 암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해 미국 일주를 하는 이야기다. 미스 노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 아들 킴과 며느리 라미가 여행기를 정리한 글. 2015년 8월부터 1년간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스란히 담았다. 드라이빙미스노마 페이스북은 세계 50만 팔로워가 넘는다. 노마 할머니는 여행 중 91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페이스북으로, 이렇게 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얼핏 줄거리만 보자면 생의 끝을 마주한 미스 노마 이야기가 눈물 콧물 짤아낼거 같지만 이책은 세 사람의 여행기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황혼에 접어든 할머니의 이야기도 이처럼 즐거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재미있게 살고 싶은건 아흔이 넘은 우리 할머니도, 일흔이 다된 우리 아빠도 다 똑같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런데... 마지막 챕터를 읽을 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책 보며 눈물 흘리는게 얼마만인지... 쉼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책장을 덮었다.
잼이있게 살려면... 돈이 좀 있긴 해야한다... 라는 결론에 이르자 정신이 번쩍 들긴 했다. 늦기 전에... 하고 싶은걸 하고 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