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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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공감을 많이 얻은 만화 '수짱 시리즈'의 작가 마스다 미리. 이게 마스다 미리 작가에 대해서 내가 아는 전부였다. '수짱 시리즈'를 읽어본 적도 없었고 이번에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통해서 처음 마스다 미리 작가의 글을 접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미지의 작가였고 몇 번 이름을 들어 기대감은 있었지만 마스다 미리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었으니 어찌 보면 별다른 기대 없이 마스다 미리 작가의 산문집을 펼쳐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나! 한 번 책을 펼쳐드니 소소한 감동과 공감, 그리고 웃음이 끊이질 않아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소중하게 빛나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차서 흡족하게 읽었다. 친한 친구의 일상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처럼 편안했다. 각각의 소주제들이 하나의 퀼트 작품처럼 모두 다른 듯하지만 한데 어울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음 에피소드들이 궁금해서 계속 읽었는데, 읽으면서 육성으로 웃음이 빵~ 터진 적도 있었고, 글이 전체적으로 귀여웠고, 왠지 너무나 공감가는 문장들에 눈물이 살짝 어리기도 했다. 우선, 방심하고 있다가 웃음이 빵~ 터졌던 부분은 44페이지에 등장하는 'A코스'에 대한 이야기. 평균 연령 40세인 여자 다섯 명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인기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 메뉴 중에서 가장 싼 A코스는 1,800엔. 다섯 명 모두 망설임 없이 A코스를 주문하려 하자 가게의 남자 직원이 "이 시간이라면 '여자모임'을 위한 실속 코스도 있는데, 어떠세요?" 하고 다른 메뉴를 추천해주었으나 실속 코스는 2,500엔. 그러나 제일 싼 코스보다 가격이 비싸지면 실속이고 뭐고 없다며 실속 코스를 사양하고, 그런데 그 A코스의 전채 요리는 왜건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세 가지 고를 수 었었다. 이때 모두들 들떠서 어느 걸로 하지? 갈등하는데, 복잡한 가게 안 다섯 명이 제각기 세 가지씩 고르면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 것 같은 직원이 "괜찮으시다면 제가 알아서 추천해드릴까요?" 말하자, "적당히 골라주세요!" 할 만큼 어른이 되지 못한 우리는 "직접 고르고 싶어요!" 하고 전원이 거절한다. 하하하.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하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우리들의 모습과 꼭 닮아있어서 더 웃음나고 재미있었다. 나와 나의 친구들이 모여서 식당에 갔을 때의 모습과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된' 우리들이지만 여전히 중고교시절 학생 때처럼 여전히 각자 자기 취향에 맞춰 자기 주관을 내세우는 버릇이 남아있다. 그점이 나는 마음에 든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어른스럽지 않은 면면들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안심이 되곤 한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산문집 곳곳에서도 조금 어른스럽지 않아도 어른으로서 살아가는데 문제 없다는 식의 호쾌함이 묻어난다. 또한 어른이어도 좋다는 식의 당당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나는 어느 나이에 머문 나라도 나니까 아름답고 좋은 거라며 자신있게 나를 내보이는 것만 같다. 나에게는 예전에 잡지사 기자로 근무하며 인물 인터뷰를 여러 번 진행했던 이력이 있어서일까. 이 책에서 특히 감동을 주었던 소주제는 12페이지의 '인터뷰 후기'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가 신인이었던 20대 시절 신문사 인터뷰를 했을 때의 이야기. <전국지에 실린 그 기사는 따뜻하고 다정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내용이었다. 그 인터뷰 기사로 인해 새로운 일도 들어왔다. 훗날, 그 기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서 그때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더니, "이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좋겠구나, 하는 바람을 담아서 썼습니다" 하고 웃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자세로 타인을 대하고 바라보고 이야기해야 할지 확실히 감이 잡혔다.

 

<이제 누구도 장래희망이 뭐냐고 묻지 않지만, 어른이 되어도 장래는 있다.>는 문장도 참으로 마음을 울렸다. '꿈을 이루는 것에 지각은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문장이었다. 애써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마음에 새겨둘 말들이 많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귀여운 일러스트도 공감되고 재미있었다. 여자아이, 에서 '여자'만 사용하고, '아이'는 사양할게요, 라는 센스있는 말, 좋다. 딱 좋았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에 가장 끌렸던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옷! 책 표지가 옅은 핑크색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 표지. 이러한 디테일을 살피며,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여자이고 싶고, 팔자주름 같은 건 남 일처럼 생각하고 싶은 '여자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워서 읽고 있을 때도 다 읽고 나서도 기분 좋은 책이다. 방황하는 어른아이와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된 '여자'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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