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1
강경옥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10월
평점 :
품절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새카만 어둠 너머로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가슴 설레이게 반짝이던 것들…. 그 별빛 속 하나 가득 떠오르던 이야기들… 내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이야기. 그것은 <별빛 속에>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휴식이라고는 없는 고3 생활. 여름방학 내내 선풍기 하나 없는 교실에서 땀을 흘리다가 저녁 먹으러 가는 행렬에 끼어서 교문을 나서면 저녁밥을 제쳐두고 한달음에 가던 곳. 다름 아닌 만화방이었다. 만화책 한 권 보는데 오십원 백원하던 그 시절. 그때는 만화라면 순정만화(그것도 대부분 비슷한 러브스토리)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때 보았던 그 많은 만화중에 기억나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웅장한 스케일에 전혀 새로운 상상력, 그리고 가슴을 에이는 슬픈 러브스토리(심리묘사의 귀재라는 작가답다)가 사람들의 시선도 잊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밤. 습관대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어둠, 슬픈 별빛. 목이 뻐근하게 아파왔지만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거기서 레디온(나의 우상)의 모습이 보일 것 같은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그때부터 순정만화를 읽지 않게 되었다. 어느 것을 보아도 '별빛 속에'의 그 감동을 다시 찾기는 어려웠다. 그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에 새겨져 책갈피에서도 백지 위에서도, 견디기 힘든 운명 앞에 당당히 맞서는 한 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한 그의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초능력과 블랙홀과 사차원의 공간과 지구와 카피온, 그리고 저 우주와 그곳을 넘나드는 사랑. 이 넓은 우주에 생명을 가진 별이 지구 하나뿐이랴. 사랑을 하는 것이 어디 인류뿐이랴...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카피온. 지구의 지배자라는 오만에 더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하는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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