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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무라카미하루키가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프로필에 아마도 “소설가, 러너” 라고 적어놓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무라카미하루키가 sns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것 처럼 보이는 페이스북 계정만 본 것 같다.)
25번의 마라톤 완주를 포함하여 싸이클과 수영을 덧 붙이는 ‘트라이 애슬론’이라는 경기도 많이 완주했고 그것들에 대해 기억이 소실되기 전에 써놓은 글을 다듬어 놓은 책이다. 이 책은 하루키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중 하나인 달리기에 대해 적고 있으므로 모종의 회고록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달리기/마라톤 인생을 돌아보면 쓴 책이다. 저자후기에서도 회고록이라고 적어두고 있다. 소설가가 된 계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나 시각 등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하루키도 달리는 일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흠뻑 알게 된다.
장거리 달리기를 많이 해서일까? 하루키의 소설들은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재미있다. 단편들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장편쪽을 주목하게 된다. 소설도 장거리 마라톤의 관점에서 중간지점을 통과하여 30km, 35km, 40km를 지난다는 거리감각을 가지고 쓰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면 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