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음악이라면 팝송과 가요라는 구분과, 그나마 락을 좋아한다는 것. 그림이라면 중고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인 내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로지 유홍준때문이다. 그의 유명한 명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답답했던지 내 스스로 우리 문화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선 역사야 좋아하는 분야이지만 누군가 내게 설명을 요구한다면 묵묵부답이 내 전부였다. 언젠가 국제행사때 외국인 안내를 하며 경복궁에 갔지만 짧은 영어로 제대로 설명을 못한 것은 물론 한글 안내판을 보면서 경복궁에 대해 알아야 하는 내 자신이 답답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알면 모하는가? 우리 역사의 신화와 문화도 모르는데...해서 집어들은 책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였다. 자 이제 문화에 대한 개괄적인 읽어보았으니 하나하나 세분해서 들어가볼까 하던 차에 나온 책이 지난해 유홍준의 <화인열전>이란 책이다. 국내 화가들의 인물에 대한 전기조차 없는 것에 개탄해 월간 미술에 연재하던 시리즈를 책으로 묶어서 낸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화가들의 그림과 그들의 생애에 대해 적어 놓은 책이다.

문화권력으로서의 유홍준은 별개로 치더라도 그의 책은 내 기대를 만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왠걸 우리 그림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던 중 어떤 사이트에서 발견한 어느 독자의 글. '나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이 훨 좋다'라는 말 한마디에 책을 수소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내 글도 그 독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유홍준의 책이 인물 중심이라면 오주석의 책은 인물보다는 그 그림의 배경과 내가 그렇게도 알고 싶어했던 왜 그 그림이 그렇게 좋은지 그림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절대적인 지침이다. 왜 이런 식으로 나는 학교 공부에서 배우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우리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같은 초보자에게 권하고 싶다. 초판은 1999년에 나옴. 우리 옛 그림의 대표적인 그림에 대해 설명하면서 군데 군데 그림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중의 하나.

[옛 그림의 여백]

'우리 옛 그림에는 서양화에 없는 여백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화가가 그림 바탕을 전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것을 말한다......김홍도의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이다.(당연히 김홍도의 주상관매도에 대한 그림과 설명을 마친 후에 이 글이 나옵니다.)......옛분들은 자연을 겉태로 보지 않고 그 마음으로 보았다. 특히 하늘은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하늘은 지극히 큰 것으로 온갖 생명과 도덕의 원천이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하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어 있다는 점'에 있으니, 그저 화면에 하늘을 위한 여백을 남겨두는 행위야말로 진정 하늘을 잘 그리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땅은 어떠한가? 땅 또한 만물이 그에 의지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삶의 공간이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세한도]에서처럼 땅도 몇줄의 가는 선만으로 표현된다. 특히 겨울 산수화에서 눈을 그릴 때는 흔히 '땅을 빌어서 눈을 삼는 것'이다. 눈을 그리는 방법엔 원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양화에서처럼 눈이 쌓인 부분에 직접 흰색을 바르는 방법(부분법)이고, 다른 하나는 거꾸로 눈이 없는 다른 부분을 그려서 그림의 흰 바탕에 눈이 쌓인 것처럼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방법(유백법)이다. 이 가운데 유백법을 격조높은 기법으로 보았던 오랜 전통은 자연을 보는 옛 사람들의 관점을 분명히 말해준다......'

이주헌의 행복한 그림 읽기보다, 웬디 수녀의 유럽미술 산책보다는 우리 그림에 대한 읽기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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