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에디트 슈라이버 비케 지음, 박민수 옮김 / 한길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그동안 모차르트에 관한 영화도 보고 책도 읽었지만, 이렇게 어린 모차르트의 시선으로 그의 어린 시절만을 담은 책은 처음이었다. 어린 모차르트를 통해 듣는 그의 어린 시절은 참 안타까웠다. 그동안 읽었던 그에 관한 영화나 책에서도 그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는 그가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신동인 그로써는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상태로 유년시절을 보내야했으니 말이다.

"아, 아마데,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모차르트가 말했습니다.

"외톨이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

목소리가 말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모차르트가 물었지요.

"다른 애들에게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야. 너무 유명하니까. 어른들에게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니야. 너무 어리니까."

 

-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중에서 -

신동이라는 유명세 뿐 아니라, 그의 상황도 그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계획한 대로 연주 여행을 위해 이 나라, 저 나라로 다녀야 했으니,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커녕 알고 지내는 친구도 만들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비밀 친구가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작가는 어린 모차르트에게서 직접 전해들은 것처럼 어린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에 대해 너무나 잘 표현해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너는 불평할 이유가 없어. 성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기와 질투도 받아들여야 해. 유명해지려면 외로움도 감수해야 해."

 

-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중에서 -

어린 모차르트의 비밀 친구, 아마데. 아마데가 있어서 모차르트는 그나마 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신동이기에 그가 감수해야만 했던 유명세와 시기와 질투 그리고 외로움은 어린 그에게는 너무 무거웠을 것이다. 집에서 조차 아이일 수 없었던 모차르트. 천재여도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선 또 무언가를 놓아야하는 것처럼. 모차르트는 신동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대신 어린 아이다운 유년 시절을 포기해야만 했다.

 

어린 모차르트의 시선으로 그의 유년 시절을 보면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대해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종종 내가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고, 우리 아이가 천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저 보통 사람인이 다행이다 싶다. 우리 아이 역시 평범한 아이라는 것 또한.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1 스펙트럼총서 (스펙트럼북스) 3
김재현 지음 / 스펙트럼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커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나. 나 같은 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었다. 너무나 쉽고, 너무나 재미있고, 너무나 유익한 책 <루디‘s 커피의 세계, 세계의 커피>!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되었다는데 왜 난 이제야 이 책을 발견했는지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사이 시리즈인 홈카페편과 마니아편이 더 출간되었다는 사실. 다음 시리즈도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무엇보다 작가의 책 소개말이 마음에 들었다. 커피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쓴 게 아니라, 커피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알려고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 나도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날 위해 커피에 대한 걸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기에 더 그랬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만 했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책까지 냈구나 싶어 작가가 더 대단해보였다.

 

일반적으로 정보 위주의 책은 백과사전처럼 텍스트가 빽빽하게 들어있는 것에 반해, 이 책은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간결한 텍스트와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 어떤 책보다도 알찬 정보와 재미를 갖고 말이다. 처음엔 이런 형식의 책인 줄 모르고 펼쳤다가 깜짝 놀랐다. 재미있는 만화책 같아서. 지루할 새 없이 마지막장까지 넘기며 커피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커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서~

 

이 책의 캐릭터인 너구리 루디가 나와서 찬찬히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이야기 형식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생각나게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처럼 커피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책장에 꽂아놓고 종종 꺼내보면 좋을만한 그런 책이었다.

 

요즘 나는 커피를 마실 때 커피 믹스로 마시지 않고, 커피와 설탕, 우유를 내 스타일로 섞어서 나만의 라떼를 만들어 마셨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만의 라떼 뿐 아니라, 나만의 커피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나도 홈로스팅이라는 걸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괜히 들떠지기까지 했다. 이 책에 나온 드리퍼라든지, 프렌치프레스 같은 간단한 커피 용품도 장만하고 싶어지고 말이다. 카페에서 책 읽고 다이어리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항상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싶은 로망이 있는 나에게 필요한 용품들을.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커피 스타일을 맛보고 싶어졌다. 세계 여행이 꼭 그 나라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나라의 커피를 맛보며 떠나는 세계 여행, 언젠간 꼭 도전해보고 싶다. 커피로 떠나는 세계 여행을.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 책과 함께 커피 여행을 떠나보라고.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 시대에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7
황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다닐 때는 억지로 라도 교과서라는 책을 매일 접해야 했고, 적어도 만화책이라도 읽으며 책이란 것을 가까이에서 접했었다. 헌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한 달은 커녕 일 년 동안 책 한권을 읽기도 어려웠다. 그러면서 머리와 가슴은 텅 비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이라는 걸 접하게 되도 순전히 일적인 이유 때문이었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책 내용만 파악하곤 책을 이용하기만 했다.

 

그러다 잠시 일을 쉬면서 나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간간이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저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독서 목록을 만들어서 내가 읽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정리해 놨다. 그렇게 한참동안 목록만 만들다가, 책을 읽었을 때의 그 순간의 내 생각과 감상을 글로 남겨 놓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독서 일기. 처음 시작했던 독서 일기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책을 읽고 단 한 줄이라도 책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겨 놓자는. 근데 그것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나랑 똑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나누고 싶어졌다.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러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독서 목록 만들기와 함께 독서 일기를 써나갔다.

 

그런데 독서와 독서 일기로 활동을 한참 하다 보니, 요즘은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정말 일기처럼 지극히 주관적이고, 너무나 감상적인 독서 일기를 써왔지만, 이제는 조금은 객관적이고 조금은 전문적인 입장에서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러던 차 읽게 된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의 자리를 묻다>라는 책은 내 고민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주관적인 감상을 조금 배재한 채 써 내려간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적인 평가.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독서 일기에서 이제는 독서 서평으로 내 글쓰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대부분의 비평집이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어렵거나 지루한 반면, 이 책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객관적이고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을 하고 있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분석의 무게 중심이 잘 잡힌 책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는 주관적인 생각에 치중하기 보다는 조금은 객관적인 분석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읽어온 아동 서적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무작정 내 손에 잡히는 대로만 읽으며 그냥 좋은 책, 별로인 책으로 구분했던 것에서 아동 서적의 시대적 흐름이라든지 소재의 변화 등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아이들을 위한 책이 어떤 건지에 대한 생각 또한 해보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전을 읽는 것을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가 하루하루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사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책이란 범위 또한 달라지게 되었다. 아동 서적 역시 이제는 소재나 배경이 현대 사회에 두고, 최근 사회적 이슈나 경향을 담고 있는 것이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출간되는 책의 양 또한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 중에 정말 좋은 양서는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요즘의 아동 서적이 현대 사회의 가정이나 학교 생활 등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한 현대 아동 서적은 아직 과도기 선상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생각보다 독자들은 똑똑하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책은 숨길 래야 숨겨지지 않고, 오히려 독자들이 찾아내 오랫동안 사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좋은 독자로서 할 일은 그저 좋은 책이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좋은 독서 일기.. 좋은 서평을 남기는 것이지. 뭔가 대단한 서평을 남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이런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비평으로 저자의 학식이나 독서량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균형 잡힌 분석으로 좋은 책과 조금 아쉬운 책을 다른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좋은 책으로 꼽은 책들은 이 저자의 평을 믿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비평은 이 책처럼 독자에게 좋은 독서 지침서가 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독자 일기나 서평 역시 다른 독자들에게 좋은 독서 지침서가 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보다는 어느 정도는 객관성을 유지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래동화에 숨겨진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 전래동화에 숨겨진 이야기 시리즈
임채영 지음 / 나무그늘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봤을 때는 참 기대를 많이 했던 책이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우리의 전래동화 속에 과연 어떤 철학이 담겨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래동화 속에 숨어 있던 철학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그저 철학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너무나 아쉽게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제목에 쓰여진 것처럼 전래동화에서 풀어 낸 철학 이야기가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오히려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책 표지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명시하고 있었지만, 과연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즘 초등학생의 수준을 너무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우선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한번쯤 들어왔던 전래동화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정서가 좀 더 깊이 담긴 전래동화를 선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 속에 담긴 철학적 분석을 할 때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가장 깔끔하게 느껴졌던 것은 전래동화도 재미있는 철학 이야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덧붙이는 말로 쓰여진 세계의 철학자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가장 쉽고 가장 재미있었다. 너무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말이다.

 

전래동화는 철학적 분석을 넣기 위해 중간중간 끊어놨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드는데 상당한 방해가 되었다. 전래동화와 철학의 조합을 위해 이야기의 맥마저 끊어놨다고나 할까. 초등학생이라면 어른인 나보다 집중력도 훨씬 더 떨어지고, 책에 담긴 전래동화의 내용도 처음 접할 가능성이 컸다. 근데 이렇게 이야기의 맥을 끊어놓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래동화의 분량과 철학적 분석의 분량이 거의 비슷할 정도니, 어느 것에 더 무게감을 주어야 할 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철학적 분석도 전래동화에 담긴 이야기에서 시작하기 보다는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 마저 들기까지 했다. 일부러 짜맞추는 듯 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철학적 전문용어들은 또 어찌나 난무하던지. 중,고등학교 때 철학을 어느 정도 배운 나마저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절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쉬움과 어려움의 중간을 잡아 설명하지 못하고, 쉬움과 어려움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읽는 이마저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단어 설명이 내용의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더 방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단어 설명은 각 책장 하단 부분에 첨부로 넣어두면 될 것을 내용 글에 그대로 넣는 바람에, 단어를 설명하는 괄호는 한 번 시작되면 기본 2~3줄은 넘어서야 끝나곤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큼 철학적 용어뿐 아니라, 조금 어려운 듯 한 단어에도 설명을 붙여 놓은 것이 성의는 있어보였지만, 어떤 이에게 그것은 오히려 불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날 놀라게 한 것은 이 책이 2008년도에 초판을 발행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흐름을 발행하는 오타는 왜 이리 많던지... 어쩜 나보고 이런 말을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습니까?’라고 말이다. 미안하지만, 난 ‘그렇다’라고 말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무리 앞서가는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더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적어도 각 전래동화 하나에 그림 하나는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래동화와 철학 이야기를 글자색만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글자체와 페이지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좀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했을 것이다. 표지 또한 좀 더 친근감 있게 바꿀 테고 말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흐름을 깨지 않도록 하고, 단어 설명은 하단에 따로 설명해 놓을 것이다.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이 책을 한 마디로 평한다면, ‘아이디어는 좋지만 정리가 덜 된 책’이었다. 나의 너무나 주관된 평이지만.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권은순 지음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집 여기저기를 손대고 싶어서 손가락 근질근질 한 요즘. 책장을 둘러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결혼을 앞두고 예쁘게 집을 꾸미라며 받았던 인테리어 책. 그 때도 한 번 읽었던 책인데도, 다시 보니 또 새로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저렇게 집을 직접 꾸며 본 뒤라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귀에 더 쏙쏙 들어왔다.

 

첫 번째 집은 상황상 잠깐 머물렀던 집이라 손을 그렇게 많이 대지는 않았다. 대신 정말 내 취향에 딱 맞게 알록달록하게 꾸몄었다. 어찌보면 유아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손 때가 많이 묻은 집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생각이 나곤한다. 베란다며 화장실이며 내가 직접 자르고 오려서 붙인 그 많은 시트지들. 내 얘기를 듣고 친구가 재료는 어디서 샀냐고 묻길래 ‘문방구에서 샀다’고 하니까. 친구가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인테리어 소품을 생각하고 있었을 친구에게 집 꾸밀 재료를 문방구에서 샀다고 하니 웃길 수 밖에. 그만큼 우리집은 원색 위주의 알록달록한 시트지로 꾸며져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눈여겨봤던 곳 중의 하나는 숙소였다. 간단한 짐만 가지고도 충분히 생활이 되는 깔끔한 숙소. 나중에 우리 집도 이렇게 심플하게 꾸며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래서 긴 여행으로 한참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고 두 번째 집을 마련했을 때, 우리 집 컨셉은 심플&모던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이 수납공간이었다. 하지만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닌 생활하는 곳인 집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테리어의 원칙

 

집은 나의 가족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여

모두가 가장 살고 싶은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한다.

 

인테리어 콘셉트를 이해하고 스타일의 방향을 정한다.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장기 계획을 세운다.

 

완성 이후까지 생각해서 오랜 시간 동안

보존과 유지가 잘 되도록 한다.

 

평상시에는 조금 심플하게 꾸미되 가끔 이벤트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식이 지나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게 느껴진다.

 

-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중에서 -

  

 

수납의 원칙

 

수납을 위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수납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에 따라 항상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처분한다.

쌓아놓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해결 방법을 점점 더 멀어진다.

물건을 사기 전에 먼저 수납할 공간을 생각한다.

 

자주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물건을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위치를 정한다.

자주 쓰는 물건은 한눈에 보이고 한 손으로 꺼낼 수 있는 곳에 두자.

 

공간의 여유를 둔다.

모든 공간을 꽉꽉 채우지 않아야 꺼내 쓰기가 쉽다.

용도에 따라 요령 있게 여유 공간을 확보하자.

 

-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 중에서 -

 

 

 

생활하면서 집을 꾸미고 짐을 정리하면서 자꾸자꾸 사게 되었던 건 수납을 위한 제품들이었다. 별로 쓸데는 없지만 버리기는 뭐한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자니, 수납 공간이 계속해서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인테리어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버린다는 것이 참 쉬워 보이지만 어찌 보면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버리는 것이다. 버리고 나면 왠지 꼭 필요한 순간이 생길 것만 같고, 뭣보다 돈 주고 산 것을 버린다는 것은 아깝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사기만 하고 버리지 않다보면 집에는 어느새 작은 창고처럼 여기저기에 필요 없는 물건들이 잔뜩 쌓여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집을 꾸미기 전에 집 정리하다가 시간만 다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집 정리에 들어갔다. 우선 한 작업은 우리의 가장 큰 수납공간인 책장에서 불필요한 책을 버리는 것이었다. 일순위로 정리대상이 된 책들은 대학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않은 전공서적들이었다. 졸업하기 전에 중고서적으로 내놓던지 팔았으면 약간의 돈이라도 되었을 책들이것만 이제는 헌책방에서도 사지 않을 폐품이 되어있었다. 꺼내놓고도 한참을 고민했지만, 역시나 자리만 차지할 책들이란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그나마 개중에 살아난 몇 권의 책은 박스에 넣어서 베란다에 내놓았다. 박스에 담긴 책들도 10년 동안 박스 안만 지키다 폐품이 되어 버릴지 모르지만, 우선은 베란다에 내놓았다.

 

그런 다음 한 작업은 자료 정리 작업이었다. 박스에 담겨 창고에 있던 자료와 팩에 담겨 책장에 넣어놨던 자료들을 화일로 철하는 것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작업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귀중한 자료들이란 생각에 잘 버려지지가 않았다. 박스와 팩에 담긴 채 1년에 한 두 번 꺼내볼까 말까한 자료들이지만, 추억이 담기고 정보가 있는 자료들은 책보다 더 쉽게 버려지지가 않았다. 그 보다 더 심각한 건 버리기도 뭐하고 놔두기도 뭐한 것들이었다. 화일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쓰레기통에도 들어가지 못한 것들이 바닥 여기저기 놓여진 채 있었다. 여기까지만 작업을 마친 채 나는 잠깐 휴식에 들어갔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여유 공간이 생긴 책장과 화일에 깔끔하게 정리된 자료들을 보고 있자니 흐뭇했다. 그리고 필요 없는 것들을 치운 것만으로도 집이 깨끗해진 듯 했다. 역시 인테리어의 시작은 버리는 것이라는 말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제 나의 다음 작업은 옷장에서 1~2년 동안 안 입은 옷들을 버리는 것. 좀 더 넓어지고 깨끗해질 우리 집을 기대해본다.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