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9
박정수 지음, 지크문트 프로이트 원저자 / 두리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심리에 관심을 두자 프로이트를 모르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심리학 뿌리도 프로이트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이트의 저서인 <꿈의 해석>을 읽어보려 했으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평이 많았다. 그렇다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바로 읽기보다는 쉽게 풀어놓은 책을 먼저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 책<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을 골랐다. 처음에는 조금 쉬워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읽기가 조금 힘겨웠다. 나는 그것이 이 책이 이야기를 어렵게 풀어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이 책을 읽기 전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해석한 책이 아니라, 청소년의 언어로 조금 더 쉽게 풀어놓은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골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다시 해석하고 분석한 책이었다. 원서를 읽지 않고 그 책을 해석한 책을 읽다니, 읽는 순서를 잘못 집은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놀란 것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인데 생각보다 수준이 높게 느껴졌다. 요즘 청소년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참 똑똑한가보다 싶었다. 청소년들보다 2배는 오래 산 나에게도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데 말이다.

 

프로이트는 원래 자연과학도였습니다. 빈 대학에 의학도로 입학했고, 3학년 무렵부터는 생물학과 생리학에 몰두했습니다. 뇌해부학을 전공하고 신경병리학 자격증까지 딴 그가 심리 치료로 방향을 튼 것은, 파리에서 신경질환 치료로 유명한 샤르코 박사를 만나 히스테리와 최면술을 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빈으로 돌아와서는 요셉 브로이어 박사 밑으로 최면요법으로 히스테리를 치료하는데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최면요법이 히스테리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특정한 요소(단어, 숫자, 꿈의 이미지, 어떤 표상)로부터 출발한 생각이든 저절로 떠오른 생각이든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가리지 않고 말하게 하는 자유연상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약물이나 최면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말을 통해서 치료하는 이 기법을 가리켜 정신분석(psychoanalysi)’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로서, 한평생 외부의 비난과 내부의 분열에 맞서 정신분석의 기본 원칙들을 확립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p11 중에서 -

프로이트는 망각과 왜곡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그 원인과 경로를 추적합니다. 잠재적인 꿈의 사고란, 바로 그 망각과 왜곡이 일어나는 이유와 방법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어떠한 생각이나 이미지를 잊어버리거나 왜곡했을까? 그것을 망각하거나 왜곡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이런 식으로 추적해 나가는 것이 꿈을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범죄 현장에서 탐정이 범인의 단서를 찾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드러난 꿈의 내용을 범죄 현장이라고 한다면 이때 범죄자의 의도라는 것은, 범죄의 의도가 아니라 범죄 현장의 의도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아니라, 범죄자가 자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단서를 없애거나 거짓 단서를 흘리는 등으로 범죄 현장으로 세탁한 과정이 담긴 의도입니다. 꿈에서 사고활동을 하는 주체는, 진짜 단서를 없애고 가짜 단서를 흘려 탐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추리하도록 꿈의 현장을 세탁하는 범죄자와 같습니다. 이때 분석가는 마치 셜록 홈즈처럼 드러난 꿈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망각과 왜곡에 내재된 사고활동의 주체를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꿈을 해석하는 과정을 탐정의 추리와 비교할 때, 특이한 점은 제보자범죄자가 동일인이라는 것입니다. 꿈을 꾼 사람은 자신의 꿈을 분석가에게 제보하여 혼란스러운 내용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 달라고 의뢰하는데, 실은 본인이 (무의식에서) 이미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피해자(제보자) 행세를 하는 범인입니다. 따라서 분석가는 제보자의 목격담을 유심히 들으면서도, 그가 하는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습니다. 그가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 단서를 흘리기 때문입니다.

-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p92 중에서 -


꿈의 재료가 되는 표상들은, 원래 그것이 생겨났을 때와는 매우 다른 형태를 띱니다. 일종의 변태(부화나 출생 후 개체에 나타나는 형태 또는 구조의 현격한 변화)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꿈의 재료가 속해 있던 출처를 밝히는 작업은, 나비를 채집하여 변태가 진행되기 이전에 애벌레가 어떤 상태였는지 파악하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정신분석(psycho-analysis)이라는 단어에서 정신(psycho)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프시케(psyche), 나비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정신을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천상으로 비약하는 나비에 비유하여 변태 과정을 신화로 만들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p124 중에서 - 

우리는 이미 타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바다에 던져져 있습니다. ‘의 삶은 언제나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 있으며, 알든 모르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애써 부정할 수는 있어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무의식의 과학이라 할 수 있는 정신분석학은, 그 무한한 사건들의 바다에 대한 지도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우리의 정신세계 안에서 일렁이는 사건들의 파도와 깊이, 흐름의 방향과 강도, 온도와 밀도에 대해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하는 것과 같은 천상의 관점에서 한 번에 완벽한 지도를 그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무의식의 지도는 체험 속에서 조금씩 미루어 짐작하는 방식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체험은 어떤 타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 만남은 어떤 사건들과 연관 속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 사건들은 어떤 현상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어떤 강도의 충동과 어떤 밀도의 정서로 나에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정신분석은 이런 의문들에 답해 가면서 가 던져진 이 세상의 지도를 그려 나가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꿈의 해석>은 그러한 무의식의 지도 제작술을 알기 위한 입문서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p318 중에서  

프로이트의 자기 자신에 대한 해석이라 할 수 있는 책 <꿈의 해석>. 그리고 그런 그의 <꿈의 해석>을 다시 또 해석하는 이들. 그런 해석에도 나에게는 아직도 어렵기만 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프로이트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는 말이 괜히 나오지는 않았을 터. 어렵기는 했지만 어쨌든 프로이트의 생애와 그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그의 이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그의 이름이 보일 때마다 반가웠다. 그동안은 프로이트나 융이나 나에게는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는데 말이다. 내 안에도 심리학의 중심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리에 관한 것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나왔던 프로이트인데, 지금 알고 느꼈던 것을 예전에도 알았더라면 심리학이나 다른 문학에 대한 나의 깊이가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이제라도 프로이트에 대해 조금이나마 제대로 알게 된 것에 감사를 해야지 싶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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