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9단, 골프 9단 되다 - 프로골퍼의 아내는 어떻게 골프홀릭이 되었을까?
김성헌.이남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랑이 골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고 싫지도 않았다. 요즘 사회생활에서 골프는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하지만 신랑의 골프 경력이 많아질수록 필드에 나가는 횟수도 많아지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달 뒤 부부동반이 가능한 필드 약속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골프를 배워야겠다고. 나에게 그것은 집에서 혼자 얘들이나 보고 있을 것이냐, 필드 가서 골프를 칠 것이냐를 고르는 것이었다. 다음날 나는 신랑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골프 연습장을 끊었다. 그렇게 전에 2주 만에 끝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그때 내 목표는 한 달 안에 필드 나갈 정도의 실력을 만드는 것이었다. 과감하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한 달 만에 실력을 크게 키운다는 것은 두 아이를 둔 아줌마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필드 나갈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고민했다. 이 하찮은 실력을 가지고 필드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다. 실력만 놓고 보면 절대 필드 나갈 실력이 아니었지만, 모든 건 경험이다 생각하고 무작정 따라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지나치게 용감했던 나는 필드에서 정말 정말 창피했다.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여야 하는데,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필드에 나갔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 다음엔 기필코 실력을 충분히 쌓아서 필드에 나가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다.

 

필드에 다녀온 뒤 부족한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빨리 키우기 위해 틈틈이 골프에 관한 책과 방송을 찾아보았다. 그때 도서관 골프 코너에서 내 눈에 들어온 <주부9, 골프 9단되다>. 딱 내 마음을, 내 욕심을 담아 놓은 것 같아서 바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프로 남편에게 골프를 배우는 아내의 이야기였다. 내 남편이 프로가 아닌 관계로 난 남편에게 골프를 배우지는 않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골프를 배우는 나로서는 많은 공감이 되었다. 이유가 어쨌든 나 역시 남편 때문에 골프를 시작 했고, 나의 골프 친구 역시 남편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이 나에게 다른 골프 책보다 재미있었던 이유는 나 같은 평범한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넣었기 때문이었다. 골프 전문 용어? 모른다! 골프 폼? 힘들다! 골프 기술?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아줌마도 충분히 골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남편 선생님과 아내 학생 간에 오가는 실감나고 생생한 대화였다. 게다가 대화는 다른 글보다 크게 해서 부각시키고, 남편과 아내의 멘트를 가기 다른 색으로 표현해 내용이 눈에 쉽게 들어와 더 쉽게 읽혔다. 그리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있는 작은 코너 아내의 쫑알쫑알도 읽는 동안 작은 재미를 더해주었다.

 

나처럼 연습장에서 남편이 아닌 프로님에 골프를 배우는 아줌마들도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다 엇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공을 치다보면 힘들다는 생각 들고, 포즈 배우다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내 마음대로 공이 안 쳐지면 내가 이걸 왜 하나 싶고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골프는 계속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더딘 골프 실력으로 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나도 금방 프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좀 치다보면 곧 알게 된다. 스윙하나 제대로 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 안 것 같았는데, 다음 날 다시 해보면 다시 하나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그래도 좀 연습하다보면 이제는 정말 알 것 같아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간다. 하지만 다음 날 다시 해보면 여전히 잘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알듯말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골프 실력, 참 감질나게 했다. 그래도 이 과정을 거치며 몸을 잘 다듬으면 나도 주부9단에서 골프9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풀 스윙조차 들어가지 않은 나로서는 책에 담긴 많은 가르침들이 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내가 골프를 배워가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이런 책은 나중에 골프를 치다가 자꾸 막히는 느낌이 들 때, 정체기가 오래 갈 때 다시 찾아보면 또 다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싶다. 골프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몸으로 익히는 것이 맞지만, 기술적인 면은 머리로 이론을 배우고 기억하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나 같은 아줌마들은 연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따로 골프를 칠 기회가 많지도 않기 때문에 간접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책으로 골프를 미리 경험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고 말이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골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골프를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연필과 지우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