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평점 :
처음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참 좋겠다 싶었다.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 아이라니 그 아이의 엄마는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이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아이가 음식을 흘리지 좀 않고 먹었으면 좋겠다고, 장난감을 던지지 좀 않고 잘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특히나 4,5살 연년생 형제를 키우다 보니 수시로 흘리고 떨어트리고 하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많이 지켜있어서 더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정말 많은 색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한 것을 요구하고 있었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세워놨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이니까 실수도 하는 것인데, 아이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하고 실수하면 혼내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는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어른인 나조차도 하루에 몇 번씩 실수를 하면서 아이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서 문득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는데, 아이가 선생님 보기 부끄럽다며 유치원에 안 들어가려고 했다.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난 그 이유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어제 아이가 유치원에서 바지에 소변을 싸서인 듯 했다. 어제 집에 올 때는 의기소침해 하거나 창피해하는 모습이 전혀 없어서, 아이가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오히려 선생님이 새로 입혀주신 옷이 레고 옷이라며 좋아 하길래 아직 창피한 걸 모르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이런 모습을 보이니 나도 조금 당황스러웠다
.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유치원에서 바지에 소변을 싸고 오더라도 다음날 이렇게 부끄럽다고 유치원 앞에서 서성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달 사이에 아이는 실수하는 것은 부러운 것이란 걸 느끼게 된 것이다. 이제 그런 실수를 안 하면 좋긴 하지만, 아직 어리니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건데 말이다. 조금 더 크면 그런 실수는 훨씬 줄어들 테고, 나중에는 하라고 해도 안 하게 될 그런 건데
..
어제의 실수로 조금 의기소침해져 있을지도 모를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어야겠다. 그리고 알려주어야겠다.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엄마도 어릴 때는 똑같은 실수를 하면서 컸다고 말이다. 대신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지, 실수를 하는 것이 나쁜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그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