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희만 먹는 거야? - 식량 이상한 지구 여행 2
장성익 지음, 송하완 그림 / 풀빛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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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구든 이 책을 집는다면 바로 그 순간부터 먹거리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 제목이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너희만 먹는 거야?”라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 처음엔 책 제목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왜 너희만 먹냐니, 대체 너희란 누구를 말하는 걸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뒤 이 책에서 말하는 너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엔 너희가 책을 읽는 독자들을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너희란 우리의 먹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할 답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답은 아주아주 간단했다. “돈 벌려고.”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돈벌이로 여기는 먹거리. 그동안 돈벌이용 먹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사서 먹고 있었다니.

 

이 책은 먹거리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제목으로, 작가의 말로, 각 목차로, 각 내용이 끝날 때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여러 질문들을 통해 내가 그동안 전혀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했고, 또 전혀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먹거리에 관한 나의 무지를, 무관심을 반성하게 되었다.

 

먹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와 영양분을 제공해 주어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먹거리는 우리의 생존과 건강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관계와 맥락들이 다채롭게 얽혀 있습니다.

먹거리는 무엇보다 자연의 산물입니다. 자연에서 직접 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무리 인공적인 먹거리라 해도 뿌리를 더듬어 가다 보면 반드시 자연과 만납니다. 먹거리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 가장 원초적인 연결 고리입니다. 또한 먹거리는 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요긴한 열쇠이기도 합니다. 먹거리는 세계적인 불평등과 가난, 세계 정치.경제 시스템의 모순,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위기,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 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먹거리를 보면 세상이 보이고 삶이 보입니다. “내 밥상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까지 있지요.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4 중에서 -

지금 이 지구 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1명의 어린이가 제대로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 70억 명의 전 세계 사람 중에 굶주리거나 음식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없는 사람이 10억 명이 넘습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27 중에서 -

브라질도 한번 볼까요? 브라질은 세계에서 곡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생산량만 보면 먹거리를 자급자곡하고도 남지요. 그런데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부족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수천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 브라질에서는 인구의 불과 2퍼센트밖에 안 되는 부자들이 경작 가능한 나라 전체 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28 중에서 -

난 지구 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굶주림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5초라는 짧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지구 어딘 가에서는 제대로 먹지 못해 죽는 이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니. 내가 남긴 음식들, 내가 버린 음식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리고 너무 많이 먹어서 찐 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왜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야 하나? 이 질문의 답 역시 아주 쉬웠다. 그것은 먹거리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책에서 작가는 먹거리를 보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먹거리에 우리네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조금 서글펐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가속화되고 심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먹거리에서조차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몇 개의 곡물 메이저가 세계 전체 곡물 무역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 곡물 수입량의 60퍼센트도 이들을 통해 거래합니다. 특히 미국 기업인 카길은 미국 전체 곡물 수출량의 4분의 1, 미국 전체 육류 유통량의 4분의 1을 점유합니다. 우리나라 곡물 수입량의 40퍼센트를 담당하기도 하지요. 식품 산업은 30개 정도의 거대 식품 기업이 전 세계 식료품 판매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10개 기업이 세계 전체 종자 시장의 3분의 1을 지배하고 있지요.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74 중에서 -

요컨대 녹색혁명으로 가장 큰 혜택과 이익을 얻는 것은 농약, 비료, 농기계, 종자 등을 파는 거대 기업, 그리고 농민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녹색혁명은 농업과 농민을 더욱 깊숙하게 거대 자본의 지배와 통제 아래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이것은 녹색혁명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93 중에서 -

거대 기업들이 GMO를 개발한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겁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GMO가 농작물 수확량은 많이 늘리는 반면 농약 사용량은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농약을 뿌려도 작물은 끄떡없고 잡초와 해충만 없앨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바로 돈벌이지요. 이것을 잘 보여 주는 게 ‘트레이터(traitor) 기술과 ’터미네이터(terminator) 기술‘이라는 겁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103 중에서 -

먹거리 자체는 풍요로운데도 굶주리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잘못된 세계 경제 구조와 먹거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난한 나라의 농민은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 가격을 조절하는 것은 전 세계 식량 시장을 장악한 곡물 메이저와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입니다. 이들이 부리는 횡포 탓에 농민은 식량 가격이 낮으면 제값을 못 받아 타격을 입고, 식량 가격이 올라가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량 가격이 너무 비싸서 또다시 고통을 당합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125 중에서 -

정말 세상은 아는 만큼 보였다. 이제는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보여주는 것들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것들까지도 보려고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헌데 이런 현실이 무섭고 슬펐다. 과연 아는 것이 힘인 것일까, 모르는 게 약인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 가에선 작은 생명의 불꽃이 힘없이 꺼지고 있을 텐데..

 

어느 아프리카 작가는 이런 현실을 비꼬며 “식민지 정책이란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것을 생산하게 하고, 아프리카에서 생산하지 않는 것을 아프리카 사람이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식민지 역사의 아픈 상처가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세계화 경제 아래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 <왜 너희만 먹는 거야?> p125 중에서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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