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세 번째 이야기
곽경택.김용택.성석제 외 지음 / 샘터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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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수하고 힘들어 할 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라고 말이다. 가슴 따뜻해지는 위로 한 마디와 포근한 느낌의 귀여운 그림을 보며 난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본 것이 오랜만이라 더 반가웠다. 그런데 보통은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림 작가가 나와 있지 않아 한참을 뒤적거린 뒤에야 난 그림 작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림 작가는 김성신 작가였다. 이름을 보자 생각이 나는 작가의 그림들. 난 책 속의 그림들을 먼저 본 뒤에야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림 못지않게 포근함이 단긴 이야기들을 보며 난 어느새 나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괜찮아. 그래 괜찮아.’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여러 이들로부터 위로의 말을 듣는 것 같았기 때문인 듯하다. 꼭 ‘너무 힘들다’는 내 한 마디에 많은 이들이 나에게 우르르 와서 나를 둘러싸고는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러니 힘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한 사람마다 들려주는 두 장 남짓한 이야기들은 짧았지만 간결했고, 진솔했기에 마음에 더 와 닿았다. 꼭 각자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모여 앉아 번갈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쇼생크 탈출> 포스터에 쓰여 있던 말을 떠올린다.

‘두려움은 당신을 가두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

(Fear can hold you prisoner, hope can be set you free)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33 중에서 -

그 후 나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한층 성숙해진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상황이나 사물을 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들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어린 시절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던 유쾌한 세계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물론 아도 알고 있다. 딸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은 최고라며 감탄하고, 주인공보다는 악당이 멋있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떼를 쓰는 어린 아들의 순진무구함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한없는 신뢰와 사랑을 담아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도.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71 중에서 -

“나를 재는 잣대는 나 자신일 뿐입니다. 나를 믿으면 그런 것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인생이 진짜 인생이라고들 한다. 그 말에 기대어 살지만 나는 자주 흔들린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내 걸음은 왜 이다지도 느리고 소용없게 느껴지는지. 그때마다 모렐 씨가 했던 말이 나를 깨운다.

‘당신의 잣대는 바로 당신!’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89 중에서 -

소설사는 지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겸손해야 한다. 매 순간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어떤 경우에든 완성을 시인해서는 안 된다. 작품으로건 인간으로건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완성을 시인하는 바로 그 순간, 영원한 미완의 세계로 자신도 모르게 추락하기 때문이다.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나’를 특별한 존재로 내세우고 자랑삼을 수 있단 말인가.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08 중에서 -

“이걸 어째 너.....” 말을 잇지 못하시다가 후~ 한숨을 내쉬고는 “꼬리치마 싫증 났는데 통치마 만들어 입어야겠다.” 하셨다. 말씀은 가벼웠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었다. 어머니는 잘잘못의 경계는 일러 주셨지만, 철부지 딸이 저지른 행위 너머에 있는 창의성을 죽이지 않기 위해 가볍게 넘겨주셨다.

이런 어머니를 통해 분수는 자기 한계를 뜻하며 많은 삶의 경험을 통해 지혜가 생긴다는 것을 느꼈다. 주어진 여건을 인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직시할 수 있는 겸손함이 분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72 중에서 -

‘잔잔한 파도는 노련한 사공을 만들지 못한다’는 말처럼 나도 거친 파도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것 같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성공은 인생의 지평을 넓혀 주지만, 실패와 역경은 인생의 깊이를 더해 준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194 중에서 -

“나보다 어린 애송이 조감독이 나를 무시합니다. 나는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대놓고 세트에서 나를 무시하니 일에 지장이 많습니다. 미술부 수장인 당신이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조용히 응시하며 한마디만 하였다.

“Respect is earned, not give (존경은 노력하여 얻는 것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지금은 서툴러도 괜찮아> p213 중에서 -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해주어야 했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해주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엄마가 되기보다는 다시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론 도망치고도 싶었다. 난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엄마의 자리는 나의 자리가 아닌 것만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아이들을 커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엄마인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에 갇혀있다고 여겼다. 그것이 나 자신을 스스로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알고 있었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변해야 하는 것은 내 마음임을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아이들을 곁에 두고 싶어도 곁에 둘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조금은 서툰 엄마여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저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라는 것을. 누구도 미리 경험할 수 없는 엄마이기에 엄마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난 위로받았고, 나 자신을 사랑해주게 되었다. 때때로 너무 힘들지만 이 힘겨움이 내 인생의 깊이를 더해 주고 있음을 믿기에.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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