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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풍선의 세계 여행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5
샤를로테 데마톤스 지음 / 마루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진정한 그림책이었다. 글은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되어있는 그림책. 이 책에 적힌 글이라고는 표지에 적힌 제목과 뒷표지에 적힌 간단한 글이 이 책에 적힌 글의 전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책은 글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담고 있었다.
그림 속에서 노란 풍선을 찾다보면 어느새 그림 속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정말 제목처럼 노란 풍선이 하는 세계 여행을 나도 모르게 동행하면서 세계 곳곳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노란 풍선을 따라 하늘과 바다, 밀림과 들판, 정글과 사막, 도시와 야생, 다양한 세계를 다니며 노란 풍선의 시각으로 보는 세계는 좀 달랐다. 노란 풍선의 시각이 높았던 만큼 자연을 지배하는 사람의 시각이 아닌 자연의 일부인 사람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밀림에서 보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한 쪽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문명화된 도시 속 사람들을 보면서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흙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도시에 살면서 밀림에서 나무가 좀 베어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내가 조금 이상한 것일까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 책 속에 보이는 모습이 우리 사람들이 만든 세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발전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사람들이 만든 세계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되었다. 다시 본 책에서는 또 다른 것들을 보게 되었다. 하늘은 새들을 대신 비행기와 로켓, 우주선으로 가득 메워진 것을, 땅은 사람들이 만든 것들로 가득 채워진 것을, 바다는 물고기가 아닌 배와 보트, 요트로 가득 찬 것을, 산은 사람들을 위해 깎아지고 사용되는 것을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어떤 것들을 보고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지. 노란 풍선은 어떤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던 건지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글 하나 없는 그림책이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노란 풍선이 원했던 것도 이런 것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이 아닌 자연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길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