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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식품이 왜 나빠? ㅣ 푸른숲 새싹 도서관 4
잭 갠토스 지음, 박수현 옮김, 니콜 루벨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내 아이에게만은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정작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어릴수록 빠지기 쉬운 과자와 사탕, 아이스크림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알고 맛있다는 것도 알기에 종종 나는 먹으면서도, 내 아이들에게는 주기 싫은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는 일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우유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평소에도 우유를 찾지만, 잠을 잘 때면 꼭 우유를 찾는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마시는 우유량이 엄청나서 1일 권장량을 훌쩍 넘어설 때가 많다. 그래도 잠 잘 때 우유 끊기란 정말 힘든 일이기에 좀더 크면 알아서 끊겠지 싶은 마음으로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우유를 마시고 잠을 자려던 아이가 토를 해버린 것이다. 그 다음날 자기 전 또 우유를 찾는 아이에게 ‘어제 우유 마시고 자다 토해서 안 된다.’고 하자 알았다며 우유 없이 잠드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한참동안 우유 없이 자던 우리 아이. 몇 일전부터 다시 잠들기 전 우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제는 잠들기 전에 우유 없이 잘까 싶어 그냥 자자고 했더니, 다른 것으로 떼쓰는 것이 아닌가. 내가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자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고, 결국 아이 아빠가 우유를 타서 아이에게 주었다. 그러는 동안 내내 나는 모른 척 하고 아이를 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그렇게 좋아하는 우유병을 손에 들고도 안 마시고 있었다. 아이 아빠가 아이가 엄마만 보고 있다고 우유 마시라고 해주라고 하길래. 알았으니 먹으라고 했더니 그제야 우유를 마시는 것이다.
아이는 우유를 너무 좋아하지만, 엄마가 더 좋았기 때문에, 우유를 받아 들고도 마시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지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족하기만 한 엄마임에도 아이에게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참게 만드는 큰 존재라는 것에 말이다.
그때 난 이상하게도 낮에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났다. 그렇게 음식물쓰레기를 좋아하던 랠프가 사라와 떨어져있는 게 싫어서 꾹 참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었던 것이 말이다. 아무리 말썽꾸러기더라도, 아무리 어리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단지 랠프와 우리 아이가 다른 점이란 랠프는 사라를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딱 끊었지만, 우리 아이는 나를 위해 아주 잠깐 동안만 우유를 안 마셨다는 것이지만. 우리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우리 아이도 랠프처럼 나를 위해서 우유 마시며 잠드는 것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해본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