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내에게 찾아온 행운
슈테판 슬루페츠키 지음, 조원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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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운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집으며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난 사내에게 찾아왔던 것이 과연 행운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괴감이 너무 커서 죽은 사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것과 자기애가 너무 커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 것. 과연 그것이 행운이었을까 싶다.

 

누구에게도 사랑은 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사내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 덕분에 순식간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되었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다. 자괴감과 자기애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내가 끝까지 사랑을 몰랐더라면, 사람들의 사랑에서 밀려난 허전함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사랑을 몰랐던 것보다 사랑을 받았다가 버려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사내에게 행운이 아닌 행복이 찾아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싶다. 특별한 행운보다 평범한 행복이 말이다.

 

나 역시 어떤 행운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가 찾았던 특별함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더 이상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의 세잎 클로버를 꺾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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