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쇼크
박혜윤 지음 / 파라북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내가 그동안 읽어온 책들과 달라고 참 달랐다. 그동안 읽어온 책들이 대부분 아름다운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힘겨운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담고 있었다.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간혹 누군가 말을 해준다 하더라도 힘들다는 단 한 마디 정도로 끝내는 이야기들을 이 책은 정말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이들의 심난한 심경 변화에 대해서도.

 

난 참 반가웠다. 나 역시 이 책의 저자처럼 임신과 출산, 육아가 참 힘들었다. 나 역시 엄마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힘겨움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와도 완벽하게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이다’라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의 경험 역시 나와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이 이전의 다른 책보다 나에게 공감을 주는 이유는 엄마가 되는 실질적인 힘겨움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자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누구나 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그것이 한 여자에게는 얼마나 큰 인생의 변화이고, 힘겨움인지 직접 겪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힘겨움을 완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이가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까지 홀로 이겨내야 한다. 또 한 번 시작한 엄마라는 역할에는 조퇴도, 지각도, 휴가도, 사표도 없고, 그저 365일 24시간 연장 근무라는 것만 있을 뿐이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자이니까 당연히 하는 것들이 난 참으로 많이 힘들었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세상에 날 온전히 다 이해해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나와 같이 아이를 만든 남편마저도 말이다. 게다가 13개월 차이 밖에 안 나는 남자 형제 연년생을 낳아 키우는 33살의 엄마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아이를 몇 살에 낳느냐, 아이가 몇이냐, 아이들의 터울이 어느 정도냐, 아이들의 성별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아이를 키우는 힘겨움은 각기 다르다. 난 아직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 아기 엄마를 만나지 못했다.

 

어느 누군가에겐 행복하고 아름다운 엄마라는 역할이 나에겐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역할이었다. 엄마이기 이전에 바로 나 자신이고 싶었기 때문에 나의 힘겨움은 더욱 컸다. 엄마가 되고부터 나라는 것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아이에게 맞춰졌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자고 싸는 것부터가 말이다. 그런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나 자신이 아닌 아이에게 맞춰지면서 나의 욕구불만은 극에 달했었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엄마였던 것이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너무나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나 자신을 너무 힘들게 했다. 시간이 이것을 해결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난 너무나 힘들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그 힘겨움을 해결해준 지금, 난 큰 동질감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다. 만약 내가 그 힘겨움이 시작되는 임신기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난 덜 외롭지 않았을까. 예비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가 되면서 자신이 너무나 나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더라도, 그것을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말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힘겨운 일이고, 당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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