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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는 진짜 못 말려 ㅣ 푸른숲 그림책 15
잭 갠토스 지음, 니콜 루벨 그림, 박수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랠프를 볼 때마다 마음이 심란해지곤 한다. 정말 말썽꾸러기, 장난꾸러기, 사고뭉치인 랠프! 내 마음이 심란해지는 것은 사실 랠프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점점 커갈수록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다니는 우리 아이들. 랠프 못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지금과 앞으로 점점 더 커가면서 점점 더 장난이나 말썽이 심해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떠올리다보면 난 한숨지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랠프를 보며, 특히 이 책을 보면서 다짐하게 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마음을 많이 비워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만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을 비우긴 했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비워야 될 듯하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언젠가 내 물건들도 만지기 시작할 테고, 집안 곳곳 모든 것을 만질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장난과 말썽을 부리고,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테니까.
아직까지는 그래도 아이들이 손을 못 대는 곳도 있고, 못 꺼내는 것도 있어서 어느 정도는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말이다. 가구들이 흠이 생기는 것이나 새 책이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것, 옷에 얼룩지는 것 같은 건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비워져서 쉽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내 악세사리가 망가지고 내 가방에 낙서가 되고, 내 컴퓨터 모니터가 깨지고 하는 것들에는 아직 마음이 비워지지가 않는다. 어쩌면 언젠가 생길 일들 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부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집 밖에서 벌리는 일들은 가끔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요즘 내 꺼라는 것이 분명해지는 시기에 있다 보니,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키즈카페처럼 다 같이 노는 장난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와 다툴 때나 사람들 많은 마트에서 너무 비싼 장난감을 사겠다고 조를 때, 이럴 때는 정말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랠프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가서 벌레와 음식으로 장난을 치며 사라를 곤란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시에는 아이들을 혼내고 울리곤 하지만 나 역시 사라처럼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면서 항상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뽀뽀를 해주곤 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 역시 언제 혼났었냐는 듯이 내 품에 폭 안기며 내 볼에 뽀뽀를 해주고 말이다. 랠프처럼 아이들은 정말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귀여운 악동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사라를 보며 엄마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려나?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