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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쟁이 길들이기 대작전 ㅣ 푸른숲 그림책 14
잭 갠토스 지음, 니콜 루벨 그림, 박수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두 번째로 만나보게 된 랠프. 랠프를 볼 때마다 항상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교차한다. 독자로서는 랠프가 너무 재미있지만, 엄마로서는 랠프가 참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줘야 할지 조금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내가 망설이며 이 책을 보는 순간 나를 발견한 우리 아이! 책을 읽어 달라고 졸라서 걱정을 뒤로하고 읽어주었다.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데, 아직 어리다보니 우리 아이는 내가 읽어주는 중간중간 그림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랠프를 보며 ‘야옹야옹’ 하기도 하고, 랠프가 해놓은 것들을 보며 ‘지지’라고 하기도 하며 말이다. 그러다 책장을 갑자기 뒤로 확확 넘기며 그림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자기가 ‘뭐라 뭐라’하며 책을 읽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다행히 아직은 내가 걱정하기에는 이른 것 같았다. 아이에게는 지금 이 책은 그림책이다보니 전체적인 내용보다는 그림을 보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적절했다.
그동안은 보여준 책들이 그림이 전 페이지를 이루고 글은 그림 한쪽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근데 이제 아이가 조금씩 커 가다보니, 그림이 주로 있는 책보다는 글과 그림의 비중이 똑같은 이런 책이 더 낫지 싶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글을 알기 시작했을 때도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게 할려면 말이다. 이 책은 책을 펼치면 한쪽은 글로만 채워져 있고, 다른 한 쪽은 그림으로만 채워져 있어서, 글을 알기 전에도 글을 알고 난 후에도 아이들이 보기 좋게 되어있어서 딱 좋았다. 단지, 내용면에서는 엄마 입장으로 볼 때 조금 걱정은 되지만 말이다.
그런데 랠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도 언젠가 커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졸업을 하고 할 때 즈음이 되면 랠프가 학교를 졸업했을 때처럼 더 이상 지금처럼 말썽을 안 부리는 아이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도 사라처럼 우리 아이가 말썽을 부리던 어릴 때를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엄마가 최고고 엄마밖에 모르지만, 그때가 되면 엄마랑 있기보다는 친구랑 있으려고 하며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테니까. 지금 당장은 아이들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어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 올 수 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말썽꾸러기 랠프가 착한 랠프를 원했음에도, 랠프가 착한 랠프가 되었을 때 말썽쟁이 랠프를 그리워했던 사라처럼..
- 연필과 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