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꼬맹이 마음 45
헤오르히나 로 지음, 배상희 옮김, 막시밀리아노 루치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호아킨을 보면서 나는 우리 아이를 떠올렸다. 이제 말은 웬만큼 다 알아듣지만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 가끔씩 원하는 것이 있어도 그것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다보니, 가끔씩 아이와 나 사이에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 아이가 뭐라고 하는데 도통 알 수가 없는 나. 최대한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어쩔 땐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하는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게 되곤 한다. 그러면 결국 화내는 날 보고 놀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 전해서 속상함에 울고 말이다.

 

아이를 울린 다음에야 보이는 아이의 마음. 그러면 아이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지 못하고 아이가 괜히 떼를 쓴다고 생각하고 화를 낸 것이 너무나 미안해진다. 아이의 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미안함에 아이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해주지 않으면 엄마는 다 알 수 없다고, 그러니까 어서 빨리 말을 배우라고 말이다. 아직 두 돌도 안 되었으니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난 그렇게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나의 미안함을 달래곤 했다.

 

나 역시 이 책 속의 서커스단 단장님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쓰렸다. 나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별로 다르지 않은 어른이 된 것만 같아서 말이다. 언제나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었던 나의 마음과 달리, 나도 바쁜 현실에 쫓겨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어른이 되어 버린 듯하다. 아직 말도 서툴고 표현도 서투른 아이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마저 잃어버린 채.

 

바쁜 공연으로 매순간이 조급한 서커스단 단장님을 찾아간 호아킨. 서커스단에서 일하고 싶었던 호아킨은 새 흉내를 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거절당한다. 호아킨이 말하는 새 흉내를 새 소리를 흉내 내는 정도로 생각하고 비웃으며 말이다. 호아킨이 말하는 새 흉내는 단순히 새의 소리나 새의 동작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말이었지만 서커스단 단장님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호아킨에게 좀더 설명할 시간을 주고, 호아킨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여 주었더라면 호아킨의 재능을 알아챌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냉정하게 거절한 서커스단 단장님 때문에 놀라고 당황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꿈과 재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서커스 공연무대에 오를 수는 없었지만, 덕분에 호아킨은 더 큰 무대인 하늘에서 새들과 함께 날며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펼치지 못했을지도 모를 호아킨의 날개짓을 보며, 우리 아이들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적어도 아이의 꿈을 짓밟지 않도록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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