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타고 씽씽씽 그림책 보물창고 54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마녀라고 하면 나쁜 짓을 일삼는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책 표지에 마녀가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었다. ‘이 마녀는 어떤 일을 벌일까’하고 말이다. 헌데 이 마녀는 마녀답지 않게 작은 실수를 하면서 다녔다. 빗자루를 타고 가면서 계속 자신의 물건들을 잃어버린 것. 이 마녀를 보면서 참 털털한 마녀다 싶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이 마녀는 자신의 물건을 찾아준 동물들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런 마녀를 보면서 마녀치고 참 약속도 잘 지키고 착하구나 싶었다.

 

그렇게 물건들을 잃어버리고 또 찾고, 그럴 때마다 도움을 준 동물들을 자신의 빗자루에 태워가면서 마녀는 빗자루 여행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너무 많은 동물들을 태운 탓에 빗자루는 ‘댕강’하고 두 동강이 나버린 것. 땅에 떨어진 마녀가 홀로 무서운 용을 만나 위기에 쳐했을 때, 그녀와 함께 여행을 했던 동물들이 ‘떡’하니 나타나 용을 무찌르고 그녀를 구해주었다. 마녀가 용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용한테 위협을 당하니,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도움을 받다니 참 마녀답지 않은 마녀였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마녀와는 참 다른 이미지의 마녀. 이 마녀는 자신을 도와준 친구들을 위해 멋진 빗자루를 만들어 계속해서 빗자루 여행을 했다. 전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편안한 빗자루를 타고 말이다. 아주 아주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들과 함께.

 

마녀답지 않은 마녀를 보면서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적어도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들은 모두 나쁘거나 사악할 거라는 것도. 마녀답지 않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친절을 베풀며 진정한 친구를 만든 마녀는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마녀가 고마움을 쉽게 잊고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면?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마녀의 빗자루는 부러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마녀가 용을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마녀는 혼자 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나의 곁에도 마녀처럼 진정한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그리고 내 곁에 그런 우정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나의 자리를 조금이라도 내어주었는지도...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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