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안경잡이 마놀리토 익사이팅 북스(Exciting Books) - 3단계(11세이상) 1017
엘비라 린도 지음, 유혜진 그림, 김미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솔직한 아이의 이야기에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났다.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함께 사는 마놀리토. 마놀리토는 집과 학교, 동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숨김없이 이야기 해주었다. 마놀리토의 눈으로 보고 마놀리토가 느낀 것들을.

 

마놀리토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모두 말해버리는 마놀리토를 보면서, 나중에 우리 아이도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마놀리토처럼 밖에서 모두 말하고 다니면 어쩌나 싶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우리 엄마는 청소를 잘 안 해요.' 라든지, '우리 엄마는 요리를 참 못 해요.'라든지, '우리 엄마는 집에선 세수도 잘 안 해요.'라는 말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찔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크면 행동이나 말을 정말 조심해야지 싶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보고 배우는 것도 그렇지만 마놀리토처럼 아이들의 솔직한 이야기 때문에 괜히 부끄러워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건 밖에 나가서 말하지마.'라고 하면 아마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는 것까지 말 할 테니까.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어렴지만 아이들의 본이 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 또한 말이다. 힘 센 친구, 이아드에게 맞아서 안경까지 깨뜨린 마놀리토.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본 마놀리토의 할아버지는 마놀리토를 위해 멋지게 해결해주셨다. 이아드를 혼내지도 않으셨고, 이아드의 부모님이나 할아버지에게 이르지도 않으셨다. 단지 이아드 할아버지 앞에서 이아드에게 마놀리토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하셨을 뿐이었다. 그 이상 어떤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이아드는 마놀리토를 더 이상 때리지 않고 오히려 마놀리토와 친하게 지내었다.

 

마놀리토의 할아버지를 보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그 상황만 놓고 1차원적인 방법으로 혼만 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가 잘못할 때 바로바로 잡아주는 것도 어렵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훨씬 어려운 방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려운 만큼 효과는 훨씬 더 좋은 듯하다. 잠깐 편하려고 아이를 무작정 혼내려 하기 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의 마음을 움직여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마놀리토의 할아버지처럼~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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