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번째 선물 -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만드는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음, 나지윤 옮김 / 나무수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는 애꿎은 양말이며 옷을 잘라서 인형 옷을 만들곤 했었다.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굿굿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바느질은 가사시간에나 하는 그런 귀찮은 일이었다. 어쩌나 단추가 풀어지거나 옷이 뜯어지거나 하면 내가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언제나 엄마에게 달려가곤 했었다. 헌데 이제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저절로 바느질을 하게 되었다.

 

내가 최근에 한 바느질은 조리원에서 한 ‘아기를 위한 턱받이 만들기’였다. 낑낑거리면서 하긴 했지만, 다 만들고 나니 보람도 느끼고 아기를 위해 뭔가 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걸로 끝. 그것이 나의 오랜만의 바느질이자, 마지막 바느질이 되었다. 너무나 많는 시간과 노력, 정성을 쏟아야 했기에 난 바느질과는 담을 쌓게 된 것이다.

 

헌데 누워서 울기만 하던 아기가 방긋방긋 웃어주기도 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하는 걸 보다보니, 점점 손이 근질근질 해졌다. 인형같이 앙증맞은 아기를 꾸며주고 싶어서 말이다. 요즘은 사려면 얼마든지 쉽게 사줄 수 있지만, 정작 내 마음에 쏙 드는 걸 사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뭔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때마침 발견한 책. <엄마의 첫 번째 선물>. 나같이 바느질 초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바느질 기초도 알려주고 있어서 훨씬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신기한 바느질 법도 나와 있어 바느질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었다. 책에 나온 설명처럼 ‘마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한 스티치’는 정말 나도 따라 해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항목 하나마다 작품사진같이 멋진 완성품 사진과 그림과 곁들여 세세하게 알려주는 방법, 그리고 친절한 설명이 적인 도안까지. 초보들도 용기뿐 아니라, 흥미까지 갖고 만들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책은 그냥 바느질법이 적힌 책이라기보다 누군가의 메모로 가득 채워진 바느질 비법 노트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래서 바느질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 곧 있으면 이가 나면서 침을 질질 흘릴 우리 아가에게, 이유식 시작하면서 음식을 줄줄 흘릴 우리 아가에게 턱받이를 그리고 곧 걸음마를 시작하며 잘 걷지도 못하면서 걸으려고 할 우리 아가에게 귀여운 신발을 어서 빨리 만들어 주고 싶었다. 거기에 나만의 멋진 포인트 스티치를 넣어서 말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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