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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까마귀 ㅣ 푸른숲 그림책 5
마르쿠스 피스터 글.그림, 공경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까만 까마귀도 아니고 은빛 까마귀라니, 뭔가 특별한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읽기 전엔 가볍게 집어 들었던 이 책을 읽고 난 후엔 무겁게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때보다 더 집단 따돌림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 그랬다.
은빛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던 꼬맹이 까마귀였다. 책 속에서는 정확히 말해주고 있지는 않았지만, 꼬맹이 까마귀는 분명 까마귀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까마귀들은 꼬맹이 까마귀를 골탕 먹이기 위해 자신들과 놀려면 달까지 날아 갔다오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꼬맹이 까마귀는 달까지 날아올랐다가 그만 날개가 은빛으로 변해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꼬맹이 까마귀에겐 한 개의 은빛 깃털을 갖게 되었다.
다 읽고 난 후에도 책장을 바로 덮을 수 없었다. 짤막한 이야기였고, 해피엔딩으로 끝난 이야기였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은 굉장히 길었다. 그리고 이해가 잘 안 되었다. 왜 제목이 은빛 까마귀인지 싶었고, 왜 날개가 은빛으로 변했다가 깃털 한 개만 빼고는 다시 까만색으로 돌아온 걸까 싶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책은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난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은빛 날개는 꼬맹이 까마귀의 상처였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도 미처 몰랐지만, 다른 까마귀들의 놀림과 괴롭힘에 꼬맹이 까마귀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환한 달빛을 통해 꼬맹이 까마귀의 마음 속에서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꼬맹이 까마귀의 날개에 비쳐지게 되었다. 꼬맹이 까마귀의 두 날개를 모두 은빛으로 바꿔버린 마음의 상처는 작디 작은 꼬맹이 까마귀가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아팠던 것이다. 그렇기에 꼬맹이 까마귀는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꼬맹이 까마귀가 크게 아픈 것을 본 뒤에야 미안함을 느낀 다른 까마귀들은 그제야 꼬맹이 까마귀를 받아주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꼬맹이 까마귀.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되면서 꼬맹이 까마귀의 마음속 상처는 아물게 되었다. 하지만 꼬맹이 까마귀는 작은 흉터를 갖게 되었다. 은빛 깃털 하나의 작은 흉터가.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