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걷다가 옹알옹알 아기그림책 1
허은미 지음, 이혜리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는 동물들을 보면서 어릴 적 교과서에다 하던 장난이 생각났다. 교과서 모퉁이에다 움직이는 동작을 단계별로 차례차례 그려놓고는, 책장을 휘리릭 넘기면 진짜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던 그림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이 책의 책장을 빨리 넘기자, 늘어나는 동물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는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아기 혼자 아장아장 걸었다. 하지만, 엉금엉금 기는 거북이를 만나고, 뒤뚱뒤뚱 걷는 오리를 만나고, 또 깡충깡충 뛰는 토끼, 그리고 겅중겅중 걷는 타조를 만나면서 아기의 걸음걸이는 달라졌다. 아장아장, 뒤뚱뒤뚱, 깡충깡충, 겅중겅중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의태어들에 나도 신이 났다. 사자성어도 아닌데 딱 네 단어로 운율이 맞게 표현되는 우리 한글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헌데 다른 표현은 다 익숙한데, 겅중겅중이라는 표현은 참 생소했다. 출판사에서 아기 그림책에 잘못된 표현을 표기했을리 없지 싶지만, 겅중겅중이라는 말이 너무나 낯설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겅중겅중은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는 우리말이었다. 겅중겅중이란, ‘긴 다리를 모으고 계속 힘 있게 솟구쳐 뛰는 모양’을 나타내고 있었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른 살 먹은 내가 0~3세용이라고 적혀있는 그림책에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게 되다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배우고, 아이를 통해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그림책으로 아이는 예습을, 어른은 복습을 하며.

 

근데 한 가지 놀랍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되었던 건, 아기의 코가 다름 아닌 돼지 코로 그려져 있던 거였다. 아기가 아니라 아기 돼지였나 싶어서 다시 그림을 살펴보았지만, 코 말고는 확실한 아기였다.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살살 지우고 내가 다시 코를 그려주고 싶었지만, 그냥 이 아기 코는 들창코였나보다 하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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