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1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박웅희 옮김 / 들녘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세상이 속는 걸 좋아하니, 차라리 속으라고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

 

렘브란트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인지. 내가 고른 렘브란트에 관한 책들은 모두 렘브란트의 마음을 헤아린 책 보다는 딱딱한 설명들만 나열된 책들이 대다수였다. 렘브란트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렘브란트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고른 소설 <렘브람트>. 렘브란트와 친하게 지낸 의사의 눈으로 그려진 렘브탄트 이야기라니 렘브란트의 실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레여하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끝까지 렘브란트는 살짝살짝 얼굴만 보여줄 뿐 온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꼭 사랑을 받을 줄 알고 하루종일 기다렸는데 사랑 부스러기만 받은 기분처럼 허무했다. 두툼한 책장은 쉽게 넘겨지지 않았고 이 책은 내 인내력을 끝없이 테스트했다. 이젠 나오겠지 싶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또 빠지고..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렘브란트가 살았던 시대 이야기인 만큼 알면 렘브란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렘브란트의 이야기를 기대한 나에게는 그저 딴소리이기만 했다. 그럴려면 책 제목에는 왜 렘브란트라고 썼는지. 이 책의 제목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렘브란트가 아니라 '렘브란트를 만났던 어느 의사의 이야기'로 말이다. 제목이 이랬더라면 난 이렇게까지 실망하지 않았을거다.

 

또 한가지 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 건 너무 긴 부가 설명. 읽고 있다보면 부가 설명이 너무 길어서 그게 주 이야기로 착각하기도 하고, 너무 긴 부가 설명 때문에 주 이야기를 까먹어서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겨야 하기도 했다. 물론 첫장에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전문 글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감안하고 봐달라는 말을..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했다. 부가 설명이 3~4줄은 기본이요. 3~4장 넘기기가 대다수.. 어쩔 땐 3~40장이 부가 설명일 때도 있었다. 정말 끝없는 인내력 테스트. 장장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포기하는 법도. 시작했으니 끝까지 봐야하는 마음으로 1권을 다 읽기는 했는데 2권을 봐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 렘브란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 포기했으니 1권을 읽을 때만큼 힘겹지는 않겠지만. 긴긴 부자 설명을 어찌 참아야 할지.. ㅡㅡ;;

 

이 책을 읽을 분들에게 이거 한가지는 꼭 말해주고 싶다. 절대 렘브란트를 기대하고 읽지 말라고! 네덜란드에 살았던 사람을 통해 네덜란드의 시대상을 알아본다는 생각으로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딱 한가지 이 책을 통해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렘브란트와 다른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와 그의 두번째 여자 헤르테와의 관계를 말이다. 그동안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렙브란트와 그 여자를 떨어트리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쓸데없이 간섭이 심한 사람들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사랑을 지키는 렘브란트가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 여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그녀가 유모로 렘브란트와 먼저 만났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말은 양쪽 다 들어봐야하는 법.  여자는 렘브란트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거다. 단지 그녀의 출신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행실 때문에. 렘브란트 역시 그녀를 사랑했다기 보다 죽은 사스키아의 자리를 대신해준 것 뿐이었던 거라고 말이다. 문득 고흐의 여인 시엥이 떠올랐다. 안정된 가정을 원했지만 생활의 안정이 찾아오자 다시 옛 행실을 잊지 못하고 고흐를 떠나버린 시엥. 물론 반대로 렘브란트는 고흐와 달리 헤르테를 먼저 보내버렸지만. 종종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렘브란트의 작품을 보면 사스키아와 헨트리키에 관한 그림은 있는데 헤르테에 관한 그림은 없어서. 그건 그녀를 사랑한게 아니라 그저 데리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반증하는 건 아닐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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