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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반 라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충고 한마디 하겠네. 선한 사람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옮겨가는 글은 쓰지 말게. 그런 글은 대중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니 말일세. 그렇다고 나쁜 놈이 행복해지는 내용도 쓰지 말게. 그런 건 비극도 못되고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못할 테니까. 또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이 행복에서 불행으로 곤두닥질치는 이야기도 쓰지 말게. 독자의 동정심을 이끌어내지도 못하고, 공포심을 안기지도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남는 건 걸출한 덕성과 정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단의 실수로 행복에서 불행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쓰는 걸세.
렘브란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갈 때라 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을 보고싶었지만 정작 내가 집은 책은 보통책보다 두배는 더 두꺼운 이 책이었다. 다른 여느 책보다 날 사로잡은 건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그려진 표지였다. 두꺼워도 빠져들면 금방 읽을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때론 지나치리만큼 세세하고 장황한 표현들이 속도를 더디게 했고, 작가 피터르와 화가 렘브란트 이 둘이 함께 쓴 책이기에 더 그러했다.
어렵게 어렵게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난 뒤 난 조금 쌩뚱맞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는 건 어려운 거구나.. 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던 렘브란트도 가족, 친구, 선배, 유행.. 그를 둘러싼 많은 것들에 반응해야 했다. 여러가지 일들에 휘둘려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언젠간 다 지나갈 일이고 끝날 일임에도 말이다.
난 있을까. 주변사람들의 끝임없는 재잘거림 속에서도 내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이. 내 인생에서 주변의 잡음은 중요한게 아님을 마음 깊이 세겨본다.
읽기에는 힘들었지만 렘브란트의 숨겨진 일기 같은 대목들은 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가늠하기 어려운 그가 살았던 시대를 좀더 생생하게 떠올리고, 그같은 화가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를.
요즘은 아크릴 물감이라도 있는데 하나하나 직접 지독한 냄새가 나는 유화 물감을 만들어 쓰면서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데도 그러한 냄새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인터넷만 치면 유명화가의 그림은 얼마든지 볼 수있는 요즘과 달리 보고 싶은 그림은 직접 구입해야하는 그 시절엔 얼마나 돈이 많이 들었을까. 스승한테 배우기 위해선 스승의 그림을 도와야 하는 그때와 달리 돈만 내면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걸 배울 수 있는 요즘은 얼마나 편한가.
렘브란트의 유년기나 성장기 시절의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나처럼 그에대해 궁금해하는 소설 속의 또하나의 나. 작가 피터르를 통해 이 책은 렘브란트의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