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 요시모토 바나나의 즐거운 어른 탐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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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감과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이 덧입혀지는, 칙칙하고 기분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세월은 무심하게도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기나 하겠다는듯이 나이를 선물했다. 어째서인지 '어른답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점점 더 듣게 되니 이미 난 어른일 수 있다는 자각도 들고 말이다.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엄마에게서 난 더더욱 어른이었다. 내게 조금이라도 철들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남용하시고는 하니까.

 춤을 추고 싶을 때 춤을 출 수 없고,  ~씨, ~님으로 불리는 박제된 인간을 어른이라고 한다면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것이 내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그렇지 않다고는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어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고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오후 시간에, 도서관에서 서가 정리를 하다가 말이다. 지금 내 나이쯤이면 보통 결혼을 하거나 정장을 입고 사무실 안에 있을 법한데... 이렇게나 다른 나의 삶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날 사람들은 어떻게 볼까.. 라는 생각이 들고 말이다.

 

 '뭔가 모자른 어른인가....'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니 실소가 터졌다.

 

 원하든 원치않든 난 어른이었던 것이다.

 

 어른은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개개인의 기준이 있겠지만 정확히 어른이 되는 법을 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다. 제멋대로 어른이 됐을텐데 어른이라면 해야할 일을 진지하게 생각 해보지 않았을테니까.. 무턱대고 이건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훈수를 두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말 속에는 교훈성보다는 볼멘소리가 가득가득 들어있음을 느낀다. 늘상 고민하지만 속시원하게 털어낼 수 없는,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태어난 인간일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바나나도 그런 생각을 해왔던 걸까. 이번에 나온 에세이집 느낌의 '어른이 된다는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른이 된다는 의미와 삶의 의미를 나름의 시선으로 이해하고 위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어렸을 적 내가 그렇게나 어쩔줄 몰라 눈시울이 붉어졌던 건 어른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른이 아니니까 서툴고 능숙하지 못했네.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마지막페이지까지 읽다보니 어른은 꽤 멋진 타이틀이었다.

 어른은 무조건 목에 힘을 주어 누군가를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삶에 모든 면에서 능숙해져가는 것이었고 또 닥치는대로 새로운 모든 것을 주워담기 바빴던 시절에 이별을 고하는 시간임을 느끼게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나중이라는 말 대신에 지금을 힘껏 살자는 바나나 말에 동감하면서, 나도 꽤 멋진 어른인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어른의 삶을 뜨겁게 맞이할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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