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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철수다 ㅣ 청소년오딧세이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읽는 내내 작가가 사실은 중학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중학생의 내면 심리묘사를 기가 막히게 풀어나간 노경실 작가의 ‘철수는 철수다’를 다 읽고 뒷장을 덮는 순간, 초등 1학년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부모라면 누구나 피해가기 어려운 함정, ‘남의 집 아이와 자신의 아이 비교하기’! 우리 집에서 엄마인 내가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지 못하고, 우선 눈에 띄는 아이의 장단점만 보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치명적 과오. 매일 매일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지만, 머릿속으론 소리친다. ‘누구는 점잖게 잘도 앉아있던데’, ‘누구는 인사도 잘하던데’, ‘누구는 밥도 혼자 잘 먹던데’... 속이 타고 애가 닳기 일쑤다.
그걸 아이 입장에서, 아니 당하는 입장에서 풀어놓으니 짐작은 했지만 너무 리얼하게 아이의 마음을 읽게 되는 것 같아 불편하면서도 반성이 된다.
병국이와 준태.
철수와 엄마에게 서로 상반되는 위치의 친구들이다. 철수에겐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친하지만, 엄마 눈엔 그저 그런 아이로 탐탁치가 않은 병국이와 엄마의 동창의 아들로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말 그대로의 엄친아이지만 철수에겐 경쟁불가 눈에 가시 같은 준태.
10년,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철수의 인생에 더 선한 영향을 끼칠 친구가 누구일까를 생각하면 병국이의 손을 들겠지만, 당장에 학교생활에서 본받아줬음 하는 아이는 준태임에는 틀림없다.
평소에 내 아이에게도 ‘이 정도 얘기하면 알아듣고 행동이 달라지겠지?’싶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의 태도는 하나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을 보면서 울화가 치민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정말 그 머릿속을 한번 들어가 봤으면 싶을 때가 많은데 철수의 머릿속을 보면서 ‘아, 아이들은 들리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의 눈높이, 귀높이에서 보고 얘기하지 않으면 안 보이고 안 들린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좋은 부모로 보이기 위해 아이를 닦달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 스스로가 비교를 받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진지하게 물어봐 주어야겠다라는 다짐이 좀더 오래 오래 갔으면 좋겠다.
본인이 원하든 아니든 세상엔 다양한 형태의 비교와 경쟁이 존재한다. 비교나 경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파악하는 방법으로서 비교는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비교 기준은 공정해야 하고, 그 비교를 통해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경쟁도 마찬가지다. 경쟁이 정당하게 요구되었는지, 그 경쟁이 공정하게 겨뤄지는지, 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이에게 공정한 정의를 가르치기 전에 우선 부모인 내가 불공정하게 아이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 본다.
황금이 있어 행복한 부자보다는 ‘지금’이 있어 행복하다는 아빠의 말을 되새기는 철수를 보면서, 아이에게 ‘지금’의 행복에 흠뻑 빠진 자신만큼 좋은 건 없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