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9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 보림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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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아동문학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문학이 약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에선 강자가 세상을 좌지우지하지만, 문학이라도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주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늑대와 돼지 이야기를 놓고 볼 때도 먹이사슬에서 불리한 돼지가 상대적으로 약자가 되며, 그 중에서 아기 돼지라는 연약한 존재를 잡아먹는 늑대는 그냥 무서운 강자일 뿐이었다.

 

당연히 여겨오던 시선의 위치를 작가 존 세스카는 유쾌하게 뒤집었다. 세상의 이야기란 것이 시점만 달리 해도 전혀 다른 사건이 되는 것이지 않은가. 고정화된 관점이 의외의 불평등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늑대는 무자비하고 사나운 동물로, 돼지는 순진무구한 낙천적 동물로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다. 그림책의 동물묘사에서부터 그러하다. 이 책은 이 고정과념을 가볍게 뒤집어 보고 있다. 그렇다고 늑대의 입장을 미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 않나에서 출발하는 공정한 양쪽 이야기 듣기정도이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듣고 보니 늑대를 우리가 덮어놓고 오해 했구나라는 정도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수준의 뒷이야기라고 하겠다.

 

늑대의 나름의 이유를 설탕과 재채기로 엮어낸 작가의 위트가 돋보인다. 늑대에게도 할머니라는 가족이 있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고, 감기에도 걸리는 동물 중의 하나라는 시선을 부여한다. 반면 돼지는 기존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보던 귀여운 돼지가 아닌 다소 표독스러운 돼지로 그려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념을 깨버리는 순간이다.

 

 

유사하게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라는 책에서 저자 김경집은 우리가 흔히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동화나 우화의 관점이 실제로 상당한 불공평한 시각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뭍의 동물 토끼와 바다의 동물 거북이의 경주 자체가 공정한 출발인가에서부터 토끼가 자신의 빠른 발만 믿고 중간에 쉰 것만이 잘못인가, 거북이 자고 있는 토끼를 보고도 깨우지 않고 못본 척 지나친 거북은 잘한 것인가 등에 대해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만약?’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두 책 모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익숙한 동화를 읽을 때도 이야기를 틀어보는 습관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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