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제국 말, 돈을 벌기 위하여, 몰락한 양반의 권세를 다른 나라에서라도 세워보려고, 죄를 지었기 때문에, 신식 군대에 밀려 퇴출당해서,등등의 이유로 멕시코행 배에 올라탄 1032명의 이야기.

그 시절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그랬듯이 잘못된 계약서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라리 얼굴에 침을 뱉었다면 반발했을 지 모르지만 '마소에게나 휘두르는 채찍'을 그들에게 휘둘렀을 때 그것이 모욕이라는 걸 아는데도 시간이 걸렸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낯선 땅의 낯선 작물을 재배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해가 지날수록 사라져갔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연애를 하였고, 누군가는 농장주의 개가 되었고, 누군가는 사람들을 모아 파업으로 작은 성과를 거두었고, 누군가는 종교가 바뀌었고, 누군가는 원주민과 살림을 차렸다.

그렇게 그들은 살다가, 그냥 그렇게 갔다.

역사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여러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 작년 무슨 문학상인가 수상했으므로 또 꽤 여럿이 읽게 되겠지.

김영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이며, 그런 이유로 별 설명을 붙이고 싶지 않다(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것이므로). 다만, 그의 일련의 저작들을 쭉 보고 있노라면 가끔, 이것이 한 사람의 작품인가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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