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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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밤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인생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과 슬픔이 한꺼번에, 어이없이 먹구름처럼 인생을 온통 뒤덮는 순간. 문학적으로 볼 때야 이만큼 멋진 쓸거리가 있을 리 없겠지만, 한 개인에게 그것은 결코 되돌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런 순간에 자리를 떨치고 새로운 국면을 헤치고 나가는 씩씩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곳을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되풀이 되는 함정에 자꾸만 빠져든다.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서로 함정을 놓고 계략을 꾸미고 변명하고 도망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이들은, '가족'이다.

보살핌이 감시가 되고, 사랑의 강도가 그만큼의 원한으로 돌아오는 관계를 뉘라 하여 지속하고 싶어할 것인가. 그래도 기를 쓰고 번번히 갱신하고, 기꺼이 감당하는 관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오닐은 말한다. 실패의 순간을 함께하고 위로하는 이들도 가족이지만, 그것을 평생 조롱하고 떠올리게 만드는 것도 가족이다. 해설에 따르면, 오닐에게 이 희곡은 그의 개인사가 가장 밀접하게 반영된 작품이라 하는데, 좀 어이없지만 그것을 읽고  어느 정도 위안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을 읽고 나서 느낀 절망과 슬픔이 작가가 평생 짊어져온 실제 '피와 눈물'의 기록이라는 것, 그래서 인간은 또한 혼자가 아니라는 데서 느낀 약간의 따뜻함 때문이었다. 비극이라는 장르에서 희망을 만나는 것, 그리고 작품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북유럽 드라마에서 꽃피기 시작한 모던함의 영향 하에 극을 쓰기 시작했다는 오닐은 무대 위의 실시간과 공간을 서서히 심리의 시공간으로 바꾸어놓는다.  인물들의 관계망이 촘촘해지고 심리의 구도가 정교해짐에 따라  극의 물리적 시간과 내적 시간은 서로 점점 더 멀어진다. 극이 시작하는 아침의  메어리와 마지막 장인 밤의 메어리는 다른 인간이다. 한 가정주부인 그녀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고통이 없고 희망만으로 충만했던 처녀 시절로 퇴행하고, 그것을 걱정하면서도 한편 조장했던 자신들의 비겁한 과거를 벗어던질 수 없는 다른 가족들에게는 무겁고 떨칠 수 없는 밤의 안개만이 남는다.

고통을 함께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지만, 가장 무서운 말이다. 밤으로 긴 여행을 떠나기까지 함께한 사람들, 바로 우리의 곁에 머무르고 있는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헌사가 가슴 아프고, 슬프고, 그만큼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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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날이 밝을 때까지 내 품안에서
그 살아 있는 존재가 누워 있게 하라.
죽을 운명이며, 죄가 있으나, 내게는
완전히 아름다운 그 사람이. "

W.H. 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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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살고 싶어요.
어떤 작은 마을에서,
영원한 황혼과
끝없는 종소리 속에서요.
그 작은 마을의 호텔에선
낡은 시계의 약한 종소리가
시간의 조그만 방울들처럼.
그리고 때때로, 저녁때면, 어딘가 다락방에서
플루트 소리,
창가에 플루트 부는 사람,
창문마다 커다란 튤립들.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난 개의치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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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가 절반이상 “후유증 시달려”


90% 이상 고문·구타·정신분열증등 고통
“가족·친척 관계 끊겨”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구속·구금된 사람 가운데 90% 이상이 고문과 구타 등 위해를 당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육체·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가 동국대 사회과학연구원 김정석 교수팀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250명을 대상으로 벌인 ‘1970년대 민주화 운동 참여자 실태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구속이나 구금을 경험한 209명 가운데 192명(91.9%)이 위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모욕·협박(97.4%)이나 구타(82.8%)를 당했고, 잠 안 재우기(59.4%)와 물고문(25%)을 당한 경우도 흔했다. 전기고문(8.9%)과 ‘거꾸로 매달기’, ‘고춧가루 고문’ ‘냉동고문’ 등을 당했다는 사람(8.9%)도 적지 않았다. 또, 세 가지 이상 위해를 당한 사람이 57.3%에 이르는 등 평균 2.8가지의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8명(45.8%)은 이에 따른 후유증을 지금도 겪고 있었다. 전기고문이나 물고문을 당한 사람은 10명 가운데 7~8명 꼴로 후유증이 있었다.

취업과 직업 선택에 곤란을 겪은 사람이 4명 가운데 1명꼴이었고, 현재 개인수입이 없다는 응답과 1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도 각각 19.2%, 16.4%였다. 42%는 부모 또는 친인척과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답했으며, 18.5%는 결혼생활에 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삶이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가”란 물음에 ‘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응답(52.9%)이 절반을 넘었다.

연구팀은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자신들이 성취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운동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비율도 87.8%에 이르러,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긍심을 잃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현재 민주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분야로 언론(33.2%)을 꼽았고, 민주화가 더 요구되는 분야는 정치(33.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명예회복(28.8%)과 진상규명(28.4%), 보상(24.3%) 등의 차례로 나타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광일 박사는 “이번 조사는 이른바 ‘민주화 운동 명망가’들에 견줘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평범한 운동가들의 삶에 대한 첫 조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관련자들의 체계적 네트워크가 없어 대상 선정에 한계가 있었고,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조사를 거부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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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다 2004-07-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택시를 타고 혜화동으로 가다가 라디오에서 박근혜와 이해찬이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박근혜는 이해찬에게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고 했으며, 이해찬은 90년대 이후부터 자신도 박정희의 경제 치적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하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처럼 민주화가 '압축적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입에서 육두문자가 절로 나왔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은 원래 이런 식으로 순환하게 되어 있는 것인가.
 

소네트 089 - 파블로 네루다

 

 

내가 죽을 때, 당신의 손이 내 눈을 덮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 사랑스런 손의 빛과 밀을 원하며
그것들의 신선함이 한 번 더 내게 전해지기 바란다.
나는 내 운명을 바꾼 그 부드러움을 느끼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잠들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살기를 바란다.
당신의 귀가 여전히 바람 소리를 듣기를 바라고, 우리가
더불어 사랑한 바다의 냄새를 맡기 바라며,
우리가 걸었던 모래 위를 계속 걷기를 바란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내가 사랑한 것을 나는 원하며
계속 번창하고 꽃이 만발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사랑하고 노래한 당신을 원한다:

그리하여 내 사랑이 당신에게 가리켜 보인 모든 것에, 당신이
닿을 수 있고,
내 그림자가 당신 머리카락 속으로 움직여가며,
모든 것이 내 노래의 이유를 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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