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블루스 창비시선 149
신현림 지음 / 창비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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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 신현림

 

담배불을 끄듯 너를 꺼버릴 거야

 

다 마시고 난 맥주 캔처럼 나를 구겨버렸듯

너를 벗고 말 거야

그만, 너를, 잊는다, 고 다짐해도

북소리처럼 너는 다시 쿵쿵 울린다

 

오랜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십년 걸렸는데

너를 뛰어넘는 건 얼마 걸릴까

그래, 너는 나의 휴일이었고

희망의 트럼펫이었다

지독한 사랑에 나를 걸었다

뭐든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네 생각없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바라보는 곳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그래, 널 여태 집착한 거야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히 느껴질 때

너를 버리고 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

 

제법 담담하게 이야기 한지 오래전인데.. 실은 아직도 떠오르면 잡히지 않은 답답한 안개로 가득찬 것만 같은 이런 감정들은.. 아직도 그때처럼 똑같이. 미련인가?  아직은 사랑했다는 진실이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까. 언제쯤 나도 이별에 대한 진실을 알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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