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2 - 현경 순례기 2
정현경 지음 / 열림원 / 2002년 1월
구판절판


이모가 좋아하는 여자중에 컬러퍼플 이라는 책으로 미국에서 퓰리처 상을 받은 앨리스워커라는 작가가 있어. 용감한 여성해방론자이자 흑인 여성작가인 그녀가 쓴 시중에 이런 구절이 있단다.
나는 항상

위험한

젊은 흑인 남자를 사랑했다.

'백인 전용' 이란

팻말이 붙은 바닷가에서

벌거벗고

수영을 하는...

나도 앨리스처럼 그런 용감한 남자를 사랑했었지. 이모에게도 물론 좋은 집안에서 잘 자라서 모범생으로 잘 성장한 성실한 남자 친구도 있었어. 이모가 여자로서 한창 예쁘고 아름답던 시절엔 그런 남자들에게 프로포즈를 받기도 했었지. 그런데 이모는 그런 남자와 결혼할 생각을 하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 갑자기 너무 우울해지는 거야. 그 남자와 혼인하는 순간부터 인생이 완전히 끝나버릴 것같이 느껴졌단다. 그런 모범생 남자와 셜혼해서 산다고 상상하면 결혼식에서 장례식까지의 인생 여정이 훤히 보이는 거야. 결혼해서 애 낳고, 차 사고, 집 사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또 그들이 아이 낳는 것을 보고, 죽어서 어느 날 장례식을 치르는 것까지 말이야.

이미 내 인생은 그런 모범생 남자와 결혼하는 순간부터 끝난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무나 일상적이며 판에 박힌 삶. 공장의 컨베이어에서 통조림이 되어 나오는 인생이 생각나는거야. 어떤 여자들은 그것을 행복으로 느꼈을텐데. 이모는 그것을 죽음으로 느껴졌었지. 그 남자와 사랑을 하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런 남자와 살고 싶었어. 둘이 같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비상의 파트너 말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도니스처럼 양초 날개가 녹아나 아프게 추락한다 해도, 그 초월을 향한 비상이 없다면, 연애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지. 이모는 어쨌든 사랑이라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향해 신에게로 두 사람이 날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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