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그 바람소리, 그 어둠, 그 속도, 그리고 그 모든 고독, 그 무중력의 고독. 이토록 낯선 시간. 이토록 낯선 공간,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이겨낸다. 불을 이겨내고 강철이 되겠다. 이 무서운 고독을 이겨낸 다음 소중하고 강한 자아를 얻겠다. 나는 내 자신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유경 이겨내라, 이겨내! 세상 사람들의 온갖 달콤한 혓바닥에 속아서 자신을 내주지 마라. 기억하라. 너를 말할 수 있는 건 오직 너 뿐이다. 모든 관계는 허울이다. 기댈 생각을 하지말라.

-

지금 당장 나에게도 꿈이 있다. 탈 한국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프라이드도 아니다. 바로 웨이터가 서 있는 저 문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다.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는 척하는 계급의 그런 사람이. 상대편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드름과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는 오만한 관용으로 뭉친사람이.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헤게모니의 승자가 된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아주 쿨 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하고.

-

겁낼 것이 무엇인가. 나는 연애라는 게임에서 패배하지 않는 방법을 안다. 그것은 '脫戀愛主義'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