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느린 작별
정추위 지음, 오하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다산책방(@dasanbooks)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첫 페이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부터
눈물을 흘렀고,
책장을 덮고 쉬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져
한숨에 읽어 내려갔다.
환자 당사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
당사자의 슬픔에 표현하는 작품들만 접했었지만
이 책은 오히려 곁에서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결국 이별마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가족의 고통과 공허함이 느껴져
더욱 가슴이 아팠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앓는 환자들,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가족들의 마음,
1인 가구가 병원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
가족 간의 책임과 역할에 생각까지 다루는 글들과 마주하며
앞으로 나 역시 겪게될 지 모르는 일들에 대해
깊은 생각까지 하게 했다.
☁️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과
그가 남긴 기억까지 모두 가진 채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
또 그 이별 이후
홀로 남겨질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아내의 마음까지…
같은 병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그리고 겪을 법한 현실을 글로 다시 마주하니,
수많은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먼 이야기만은 아니기에..
언젠가 주치의에게 들었던 ‘과정’이라는 표현이 문득 떠올랐다. 알츠하이머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이라 모든 증상이 다 ‘과정’이라던. - P6
나는 푸보를 돌보기 전은 물론 돌보는 과정에서조차 남편은 있으나 동반자가 없는 나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조금도 해두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P9
치매 가족을 돌보는 일이란 그런 것이다. 그가 나에게 기나긴 작별 인사를 건넬 때, 어둡고 긴 터널을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걷는 일. 그 어두운 길 위에서 내가 그의 밝은 등불이 되어주리라 다짐했지만, 갈수록 그 둥불을 얼마나 더 밝힐 수 있을 지 자꾸만 의심스러워졌다. - P114
그동안은 병에 걸린 푸보의 길고 어두운 앞날에 등불이라곤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요양기관에 들어간 이후 그의 옆에 수많은 등불이 켜졌음을 매주 방문할 때마다 느낀다. 이제 나는 외롭고 애처로운 등불이 아니라 수많은 등불 속에서 가장 빛나는 등불이다. - P116
홀연히 나타나줄 수 있나요. 저 코너 돌면 보이는 카페에. 그럼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당신과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눌 텐데. 얼마나 보고픈지, 어떻게 변했는지. 옛날이야기는 접어둔 채 인사 한마디만. 그저 당신에게 인사 한마디만 건네고 싶어요. 오랜만이야. -가수 ‘천이쉰’의 ‘오랜만이야’ - P1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