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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기획에 비해 내용은 부실하다.
우선 제목부터가 "전혀" 끌리지 않는데,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사례를 정리해놓았을 것이라 기대하여 펴보았다. 동물원에서 일어난 혁신 내용들이 나열되고 그 이후 디자인은 왜 중요한가, 디자인 경영의 성공 요인이란 무엇인가 등등 익히 들어온 자기계발의 문구들이 산발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서울시나 삼성, LG, LINKO 등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 경영의 사례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해두었는데, 잘라 말하자면 '디자인 경영'에 끼워맞춰 한 마디씩 넣은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다.
책이라면 팸플릿 이상의 정보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찰에 이르는 내용은 없고, '이것이 디자인 경영이다!' '이 혁신을 보라!'라는 어투의 말투성이니 도움이 될리 없다. 아사히야마의 동물원에 대한 내용은 변화한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좋으나, 그러한 내용의 중복이 많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성공한 데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의 NPO 활동과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참여 등 토착적인 부분이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훑고 지나가서 정말 아쉽다. 타겟을 '성인'으로 지정하여 어른들도 쉽게 오갈 수 있는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고령자, 장애인을 위한 무료 버스를 만들고 요금제를 조정하는 대목들도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좋은 내용이 될 법한데 ...
암묵지나 실패를 공유하는 기업문화가 혁신을 일으킨다며 사례로 들고 있는 3M의 이야기도 거기서 끝이다. 좀더 깊은 취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아, 3M도 실패 이야기 많이 한댔지!'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영역에서도 의미가 큰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부활과는 다른 사례로 다루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지역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디자인과 3M의 디자인은 조금 다른것 같다. 3M의 타겟은 고객과 소비자에 있으니까. 타겟의 성격이 다른 만큼 창의성의 발원지도 다를 텐데, 이 두 가지를 동급으로 취급하고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고객감동 서비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기분이 언짢기까지 하다.
서울시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좋은 말만 잔뜩이라, 서울에 살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조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건축가들을 불러 거액의 돈을 주고 벽을 바꿔 바르는 작업을 보면 서울시민을 생각한 디자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오가는 시민들이 있었는데, 지금의 서울시 디자인에는 그런 것이 있을까? 서울광장 이용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잔디만 바꿔 까는 게 뭐가 좋은지 ...
어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에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조명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휴지통이나 소화기 보관함, 매표소 모두가 달랐다. 동대문 디자인 특구 어쩌고 하며 개발을 하고 있으니 꽤나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서울시의 모습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아사히야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사람'을 상정하고 동물원을 바꾸려 노력했다는 점이 무척 부러웠다. 서울시의 디자인에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