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우미옥 지음, 차상미 그림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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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는 "동화를 쓰면서 종종 시간 여행을"한다는 문장이 씌여있다. 그 말을 한 작가의 의도는 글을 쓸 때 어린 시절을 회고하곤 한다는 의미였겠다. 작가가 만난 어린 시절의 아이는 자기만의 여행을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책 속 단편 이야기들은 모두 어딘가 현실과 동떨어진 어린이들만의 정서로 보호되는 신기한 세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미래에 작가가 될 우미옥 어린이는 자신만의 "절실한 감정과 생각과 고민들"로 이야기의 세계를 그려냈던 것이다. 그 세계는 성인이 된 작가에게 다시 발견되고 문장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내 친구의 집」에서 예림이는 온통 눈 내린 거리를 지나 친구네 집에 공책을 빌리러 간다. 눈 덮힌 거리를 보며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리는 아이 앞에는 나름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찜통 같은 <온기 다득 온실>에 사는 다온이의 공책은 젖어서 못빌리고 재미네 집 <재미있는 재활용 가게>에서는 공책이 쌓여있는 가구틈을 사라진다. 이어 찾아간 강이네 집에선 산더미같은 열 다섯 마리 개들에게 혼비백산 놀라기도. 개들이 찢어놓은 강이 공책이 소용 없어져 들른 소이네 아파트에선 건물 벽에 매달린 친구를 발견한다. 예림이네 반 친구들은 필시 모두 재미를 타고난 아이들인 모야이다. 학교, 학원, 집을 왕복하느라 지친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발랄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을지. 예림이와 친구들은 함께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할거다. 학교를 가도 친구와 이야기도 못하고 지내는 요즘의 아이들에겐 판타지가 따로 없다.


「휴대폰 때문에」의 해주는 우연히 주운 친구의 휴대폰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곤란해진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던 사이 휴대폰 주인인 연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전에 화려한 겉모습의 연아에게 남모르는 속내가 있는 걸 알게 된다.

「멸치 인어」에선 멸치와 함께 배달된 멸치 인어(멸치와 인어의 결합이라니!)와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빠와 떨어져 사는 아이는 멸치 인어를 바다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빠가 사는 강릉으로 떠난다.

「인형 장례식」은 애착 인형과 작별하는 지아의 이야기다. 알러지가 있는 지아에게 낡고 먼지 날리는 곰인형 꼬미는 떨어질 수 없는 친구다. 지아는 세탁기 속에서 수선할 수 없이 망가진 꼬미를 쓰레기 취급할 수 없다. 친구 유민이와 함께 꼬미의 멋진 장례식을 계획하는 지아. 아이는 애착인형의 장례식과 함께 자신의 어린 한 시절이 지나감을 느꼈을까.

「우리 선생님이 마녀라면」은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재미있게 그렸다. 얼굴과 코가 길쭉하면, 화를 많이 내고 소리를 지르면 거기다 검은 옷을 좋아하면 아이들 앞에선 마녀가 될 수 있다. 수업시간에 졸린 것도 선생님의 마법이요, 햄스터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마녀의 요건이 된다. 선생님이 하는 행동에는 뭔가 의미가 있고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동심의 세계가 귀엽기만 하다. 마녀 선생님이라도 좋으니 학교에 꼬박꼬박 등교해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우미옥 작가의 동화는 "엉뚱하고 섬세하고 다정한 아이들의 세계"다. "엉뚱하고 섬세하고 다정한 아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 노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책 속 눈싸움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판타지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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