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시집
박정섭 지음 / 사계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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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린 물고기」의 박정섭 작가의 신작이라니 기대가 무척 컸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재미와 속 깊은 의미를 또 다른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니. 그렇게 만난 책. 그런데 제목이 「똥시집」이란다. 재기발랄한 똥 이야기인가. 말 그대로 ‘시집’이라면 망하는 건데. 난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 구조를 가진 사람이다. 책은 정말로 시집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시만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다.

 

박정섭 쓰고 그리고 노래하다

 

작가는 이 책을 위해 글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사·작곡에 노래까지 했다. 박정섭이라는 엔터테이너가 춤 빼고는 모든 걸 다한 거다. 아니, 어쩌면 책을 쓰는 중간중간 분명 춤도 췄을 거라 믿는다. 책을 보면 아니 들어보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이 보고 느끼는 일상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몸을 거쳐 또 다른 결과물로 태어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는 작가의 일상에서 솎아낸 상념들이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담겨있다. 음식을 먹고 마시면 똥이 나오듯이 일상을 거친 작가의 생활은 똥시가 되어 남았다. 작가는 ‘똥시 왈츠’와 함께 자신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 속엔 작가가 직접 만든 노래들이 담겨있다. 악보도 수록돼 있지만 오선지 위의 콩나물 대가리 읽기에 까막눈인 독자를 위해 작가가 친히 연주하고 노래한 음원이 QR코드로 연결돼 있다. 똥시 왈츠, 먼지 여행, 코끼리 주전자, 꿀벌 여행, 노총각 아저씨, 쭈글쭈글곶감, 훌쩍훌쩍, 하얀거북이, 제목부터 친근하게 느껴지는 노래들이다. 작가가 직접 기타를 치며 꾸밈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준다. 보사노바 리듬의 꿀벌 여행을 들으면서 “흔들 흔들 바람이 불어온다”는 가사에 맞춰 몸을 흔들흔들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책의 내용과 맞물리는 노래를 듣다보니 어느새 나의 생각도 시가 될 것만 같다.

꼭 대단하고 멋진 것이 아니어도

삶의 모든 부분이 시와 그림, 음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똥시집을 지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자유롭게 쓰고, 그리고, 노래하며 사는 법”을 배웠다는 작가는 새로운 똥시 채집 여행에 독자를 초대한다. “매일 먹고 마시고 똥 누는 것처럼” 자신의 일상을 똥시로 만들어보자고 말한다. 앙증맞은 ‘똥시 행진곡’을 들으면 ‘그럼 나도 한 번’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위트 가득한 표현들은 이번 책에서도 변함없다. 냉장고에서 꺼낸 참외가 과일칼 앞에서 땀을 흘린다는 시 ‘식은 땀’에서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에게 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주문이라고 말하며 그런 엄마에게 ‘유아신속안정부적’과 ‘엄마신속안정부적’을 선물하는 작가의 위트가 유쾌하다. 생활 주변 이야기, 환경 문제, 일상을 사는 고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들이 유머러스한 그림과 함께 한다.

 

 

깨알같은 생활 상식도 담겨 있다. 이를테면 계피를 이용한 “천연 모기약 만들기”같은. 에탄올과 계피로 천연 모기약을 만들고 얼마간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 바쁠때 속성으로 만드는 방법까지 친절히 설명한다. 좋은 계피 고르는 법은 보너스.

 

책 읽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한 번에 쭉 읽기보다는 몇 페이지씩 아껴 읽기를 권한다. 작가가 만든 음악도 들으며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미소와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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