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썸머 롱 : 나의 완벽한 여름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호프 라슨 지음, 심혜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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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야자나무가 무성한 가운데 노을 진 태양을 등지고 비나가 전기기타를 연주한다.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에 가려진 소녀의 얼굴은 어떤 표정일까.

 

호프 라슨 작가의 「올 썸머 롱」은 열세 살 소년소녀의 여름방학나기 이야기다. 비나와 오스틴은 어린시절 최초의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단짝이다. 키 크고 쾌활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은 비나, 덩치는 작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오스틴. 이젠 어린아이의 놀이가 재미없어진 중학교 첫 여름방학, 옆집 사는 절친 오스틴은 축구캠프에 가버리고 비나 혼자 남는다. 여름방학 내내 함께 놀며 쌓아가던 ‘여름유잼지수’도 안녕이다. 여전히 단짝 친구지만 왠지 모르게 전과는 달라진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책은 두 아이의 특별할 것 없는 여름 한철을 보여준다. 할 일없이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옆 집 언니와 돌아다니고 멀리 살던 오빠의 방문을 받는다. 큰 사건 없는 스토리지만 청소년기에 느낄 법한 미묘한 마음들이 잘 드러나 있다. 문자에 답이 없는 친구의 전화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그렇게 연락을 기다리게 한 친구가 막상 다른 친구와 시간을 보낸 걸 알게 될 때의 서운함 같은 것들 말이다. 또 오스틴의 누나 찰리가 남자친구와 썸을 타는 과정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비나 이야기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비나 오빠의 입양 소식이다. 비나의 오빠는 동성커플로 갓 태어난 아기를 입양할 예정이다. 부모 모두 이런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미국 사회에서 당연한 문화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아직 낯선 이야기다. 비나의 가족은 다 같이 모여 오빠의 입양을 축하하고 아기를 반긴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아이들은 친구를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한다. 오스틴은 비나에게, 비나는 오스틴에게 서로의 장점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비나는 오스틴의 말에 힘을 얻어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멋진 계획을 세운다. 모든 아이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 일깨워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찾아 길을 나설 수 있다. 비나에게는 오스틴이 그런 사람이다. 비나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 가족과 친구의 따뜻한 응원이 있음은 물론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비나의 마음을 잡아준다. 아이를 언제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잘 아는 부모들이다. 그들은 그저 함께 있어주면 되는 순간인지 뭔가 말을 건네야하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 그 정도가 청소년기 자녀의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닌가 싶다.

 

가깝던 친구와 왠지 서먹해지고 사이가 멀어진 것처럼 느끼는 아이,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궁금한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 청소년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보고 싶은 부모들도 한 번쯤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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